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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주식 상·하한가 폐지 바람직한가?

중앙일보 2014.08.08 00:42 종합 26면 지면보기


논쟁의 초점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위해 상·하한가를 15%로 제한한 가격제한폭 규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을 뿐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안 자체가 워낙 오래된 쟁점인 데다 증권가와 업계의 첨예한 관심과 이해가 엇갈리고 있어 논쟁이 일고 있다. 규제 폐지를 찬성하는 입장에선 시장 안정화 장치를 개선하면서 점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선 적절한 통제가 있어야 제도의 안정성이 담보된다고 주장한다. 찬반 양론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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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으로 시장 통제, 득보다 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최근 가격제한폭 제도를 두고 벌어지는 폐지 논란은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가격제한폭 제도는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순기능이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가격변동성을 높이고 가격 발견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이다. 학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격제한폭 제도는 투자자에게 다소 간의 냉각시간을 줌으로써 정보 재평가의 기회를 부여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발전과 시장의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가격변동성 완화 효과는 미미해지는 반면 가격 발견의 효율성 제약에 따른 부작용이 두드러지는 등 득보다 실이 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격제한이 있으면 변동성이 일정 부분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는 주가가 가격제한폭에 도달할 경우 높은 변동성이 며칠간 지속되면서 오히려 변동성이 확산되는 사례가 많았다. 또한 가격제한폭에 가까워질수록 가격제한폭에 수렴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자석효과(magnet effect) 현상도 폭넓게 관찰된다. 예를 들어 가격 변동이 현재 13% 수준이라면 오늘 종가의 변동 폭은 13%보다 가격제한폭인 15%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격제한이 되레 가격변동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해 불공정거래에도 악용될 소지가 생긴다.



 가격제한은 또 적정 가격을 발견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주가가 가격제한폭에 도달한 이후에는 추가적인 가격 수정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주문 불균형 현상이 심화된다. 상한가의 경우 ‘팔자’가 급격히 줄고, 하한가의 경우 ‘사자’가 급감한다. 가격제한폭에 의해 오늘 억제된 가격 조정 프로세스가 내일로 미뤄지는 것이다. 이는 적정 가격을 발견하는 기능에 대한 제약뿐만 아니라 거래 체결 지연이라는 형태로 거래 비용을 증가시키는 문제점을 가진다.



 이처럼 가격제한폭 제도는 시장 변동성 조절이라는 당초의 도입 목적을 충분히 달성해 내지 못함과 동시에 정보 반영 속도를 떨어뜨려 시장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제한폭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이 동의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개선 방향은 어떤 쪽이어야 하나. 무작정 상·하한가 폐지만을 외쳐서는 곤란하다. 대안 제시 없이 맹목적인 반대를 하는 것은 시장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격제한 제도의 폐지는 전체적인 시장 안정화 장치의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가격제한폭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 안정화 장치를 도입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가격제한 제도를 대체할 시장 안정화 장치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갖춰야 한다. 급격한 가격 변동은 차단하되 가격 발견 기능은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과 안정화 장치의 발동 기준은 시장 변동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기준을 고려한다면 일부 유럽 국가가 사용하고 있는 변동성 제한장치(volatility interruption)가 실행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변동성 제한장치는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할 때 일시적인 냉각기간을 제공하고 거래 방식에도 변화를 준다. 그렇지만 시장의 전체적인 가격 발견 기능은 유지해 기업 정보가 가격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급격한 가격 변동은 일시적으로 정지하지만 하루에 15% 이상의 가격 변화도 가능한 방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격제한폭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일부 국가뿐이다. 개별 종목이 아니라 시장 전체에 대한 안정화 장치인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s:주가 급변동 때 거래를 잠시 중지하는 것)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도 아시아 일부 국가와 미국·캐나다 정도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규모와 성숙도를 고려할 때 가격제한폭 제도의 완화 및 폐지를 검토하고 이를 대체할 유연한 시장 안정화 장치의 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시장 신뢰 위한 최소한의 규제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두 개 사실을 상기해 보자.



 먼저 외환위기 이전 우리 시장의 상·하한가 폭은 하루 2.5~3.5% 사이였다. 일률적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건 가격이 낮은 주식은 좀 더 넓은 범위, 가격이 높은 주식은 좁은 범위의 가격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 증시 선진화 조치의 하나로 상·하한가 폭이 현재 수준이 됐다. 과거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는데 좁은 가격제한폭으로 투자자들의 판단이 당일 시세에 모두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을 들었다. 당시에는 괜찮은 재료가 나오면 투자자들이 무조건 상한가에 주식을 사고, 반대의 경우는 하한가에 파는 게 유행이었다. 재료가 하루 만에 모두 반영되지 않아 다음 날도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 주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블랙먼데이. 1987년 10월 19일 하루 동안 미국 주식시장이 22% 떨어졌다. 지난해 미국 시장이 크게 올랐지만 상승률이 29%에 지나지 않았다. 블랙먼데이 때 주가가 하루 사이에 그 정도 떨어졌으니 하락 폭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주가 하락이 진정된 후 미국 증권 당국이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 원인 분석에 나섰다. 주가가 일정 수준 내려가도 거래를 중단시키는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자동 매매시스템이 작동하면서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미국은 주가가 일정 수준 오르거나 떨어질 경우 거래를 중단하고 투자자들이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첫 번째가 상·하한가 규제가 너무 심해 문제가 된 경우라면 두 번째는 규제가 없어 문제가 된 경우다. 적절한 통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게 제도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주식시장에 상·하한가 제도를 두고 있는 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사람은 탐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공포를 느끼거나 도취될 수 있다. 그래서 시장을 본능에 맡겨둘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시스템을 통해 통제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소형주는 변동성이 상당히 크다.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한두 달 사이에 주가가 배 이상 오른 종목을 찾는 게 어렵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종목을 제한 조치 없이 시장 원리에 맡겨 놓는다고 가정해 보자. 한창 오르고 있는 종목의 경우 재료 하나만 추가돼도 주가가 요동칠 것이다. 그게 특정 세력에 의해 시세조종이 이뤄지는 거라면 위험이 더 커진다. 극단적인 경우 하루 사이에 원금 모두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주식시장과 관련된 제도를 만들고 이를 유지하는 목적은 투자자가 안심하고 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소한의 상·하한가 제도가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상·하한가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거래의 편의성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상·하한가라는 인위적 제도 때문에 원할 때 주식을 사거나 팔지 못할 수 있으므로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하루 중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움직이는 종목은 몇 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제한폭 내에서 움직이고 있어 특별히 거래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대형주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삼성전자의 경우 상한가나 하한가까지 움직이는 게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물다. 이처럼 대부분 종목의 거래 편의성이 이미 확보된 만큼 교란 요인을 막는 제도가 더 중요하다.



 제도와 규제는 필요악이다. 아무런 규제를 가하지 않는 게 규제를 두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제도가 필요한 건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서 제도는 폭넓게 만드는 게 좋다. 15%의 상·하한가 제도는 거래의 편의성은 물론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다. 안정적인 제도에 굳이 무리를 가할 이유가 없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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