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민족 입김 서린 '아리랑' 우리네 사는 멋 오달지다
- 진용선(1963~ ) 『정선아리랑 가사사전』 중에서
시가 심장으로 써진다면 노래는 혀끝에서 피어난다. 노래의 운명은 혀와 귀의 검열을 받는 것. 부르는 이 혀끝에 돌돌 말리고, 듣는 이 귓불에 솔솔 스며야 하기 때문이다. ‘올동박’은 봄에 피는 노란색 생강나무다. 올동박의 ‘박’에서 마치 말뚝 박기처럼 심금에 한 박이 팍 박힌다. 사랑이 무르익은 연인이 못 만나는 애절함이 절로 녹아든다.

『정선아리랑 가사사전』은 한민족에 굽이굽이 회자되는 시편을 묶은 것이다. 줄였다는데도 800쪽 분량이다. 묵직한 책을 받아드는 데 발자국 소리가 난다. 1988년부터 2013년까지 신작로가 아스팔트로 변해가는 격변의 시대에 흙먼지 묻은 무명시인의 숨소리를 수집한 것이다.
나는 목젖 너머에서 밀려 나오는 이 입김 서린 언어가 좋다. 1865년 경복궁 중건이 아리랑 1차 증폭이요, 1926년 10월 1일 나운규의 무성영화 ‘아리랑’ 단성사 상영이 2차 증폭이다. 2012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되고 증폭을 넘어 아리랑 홍수가 났는데, 이 한 권에는 볕이 들지 못했다는 슬픔. 그것이 시인의 천명인가. 진옥섭 한국민속예술축제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