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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일본 내 한반도 보물, 북한 가도 되나

중앙일보 2014.08.08 00:38 종합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2006년 첫 북한 핵실험 당시 인터넷엔 희한한 궤변이 떠돌았다. “통일 되면 다 우리 건데 좋은 일 아니냐”는 얘기였다. 철없는 핵무장론자라면 솔깃할 만한 논리였다. 물론 황당한 1차원적 주장이다. 북한 핵무기가 한반도 전체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위협임을 깔아뭉갠 시각이다. 설사 별탈 없이 남북한이 합쳤다 하자. 통일 한국의 핵폭탄 보유가 바람직한가 여부는 차치하고 국제 사회가 용인할 리 없다. 한국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 가입국이다. 핵무기가 저절로 굴러 들어와도 폐기해야 한다.



 객쩍은 궤변을 들춰내는 덴 까닭이 있다. 기발한 면도 없잖은 이 추론이 흥미로운 명제를 낳은 탓이다. “북한 것은 우리 건가”라는 물음이다.



 이에 대한 생각을 미리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엄청난 문화재가 북한으로 반입될 상황이라 하자. 어떻게 해야 하나. 통일 후를 생각해서 환영해야 할까. 아님 북한 측이 방치할지 모르니 반대해야 할까. 쓸데없는 기우가 아니다. 코앞에 닥친 현실이다. 일제 때 유출된 일본 내 한반도 문화재 얘기다.



 요즘 김정은·아베 정권이 북·일 국교 정상화를 적극 모색하는 모양이다. 양측 실무책임자들은 베이징·스톡홀름을 오가며 정지작업에 한창이다. 일본 언론은 납치자 귀환 여부, 배상액 규모 등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눈여겨볼 부분은 따로 있다. 문화재 반환문제다. 국교정상화 협상이 본격화되면 이 문제가 부각될 게 틀림없다. 이런 수순이 확실한 건 이미 논의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2002년 9월 고이즈미-김정일 간에 합의된 북·일 평양선언엔 “문화재 문제에 대해 국교정상화 회담에서 성실히 협의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뿐 아니다. 곳곳에서 일본 외무성이 문화재 반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조짐이 보인다. 도쿄에서 진행 중인 한·일회담문서 공개요구 소송에서 지난달 일 외무성은 50년 전 서류를 보여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북한과의 문화재 반환 협상 때 쓸 전략이 노출된다”는 게 이유였다. 북·일 협상이 덜커덕 타결되고 문화재 반환이 속전속결로 이뤄질 수 있단 얘기다.



 1965년 한·일협상 때에도 문화재 반환은 주요 의제였다. 일본 측은 “북쪽에서 출토된 문화재는 북한과의 수교 때 돌려줘야 한다”며 남쪽 것만 반환했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도 낮아 뭐가 갔는지도 모르던 때였다. 1431점을 반환 받았지만 짚신·돈가방·막도장 등 가치 낮은 물품이 많았다.



 그 후 흐른 세월이 50년. 이젠 뭐가 어디에 있는지 훨씬 많이 알려졌다. 그러니 북한은 유리한 상황에서 일본과 협상을 벌이게 된 셈이다.



 결정적으로 달라진 게 또 있다. 한·일협상 때에는 개인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정부 소유만 돌려줬다. 한데 지난 50년 동안 개인 소유 문화재 중 상당수가 일본 정부에 기증됐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 내 최고의 한국 문화재들로 꼽히는 오구라 컬렉션이다. 일제 때의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가 한반도 전역에서 수집한 1000여 점의 문화재로 고려청자·가야금관 등 국보급만 30~40점에 이른다. 한·일협정 때는 개인 소장품이라 대상에서 빠졌지만 유족들이 82년 일본 정부에 기증한다. 이젠 반환 요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에 북한이 오구라 컬렉션을 달라고 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일본이 오케이만 하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보급 문화재들이 줄지어 북한 땅에 갈 판인 것이다.



 일본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국보급 고려청자, 신라시대 금 장신구 등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짜리가 수두룩하다. 금전적 가치도 가치지만 이걸 돌려받아 이 땅의 후손들에게 보여줘 보라. 어디서도 보지 못한 정교함과 아름다움에 압도된다. 민족적 긍지 드높이는 데 이만한 것도 없다.



 문화재 당국은 북녘 땅에서 출토된 문화재를 북한에 돌려준다는 데에 별 불만이 없는 듯하다. 한·일협정 당시에 이미 양해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선 왕이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원수 투구, 왕실 전통 의류 등 출처가 불분명한 문화재도 부지기수다. 북한 당국이 오구라 컬렉션을 통째로 달라고 할 가능성도 짙다.



 약탈 문화재 환수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역사적 사례는 적지 않다. 우선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가 전 유럽에서 약탈한 문화재 200만 점의 처리 방식을 볼 필요가 있다. 나치의 약탈 문화재는 독일 패망 직후 곧바로 협상을 거쳐 원주인에게 되돌아갔다. 하나 이때 논의 안 된 문화재라도 후에 발견되면 반환 대상이 됐다. 프랑스 정부가 약탈됐던 모네·고갱·세잔 등 대가의 그림 소재지를 파악해 75년 반환 요구를 했다 94년에야 28점을 돌려받은 게 대표적인 예다. 또 다른 주목할 점은 민간인 소유 문화재라도 약탈품으로 확인되면 반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한·일협정에선 개인 소유품은 반환 대상에서 뺐었다.



 어쨌거나 “통일 되면 우리 거”라는 생각에 북한행을 수수방관해야 하나, 권장해야 하나, 아님 결사 제지해야 하나. 현명한 판단을 위해 집단 지성의 힘을 빌리는 게 좋다. 다만 의견 모을 시간이 많지 않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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