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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WHO를 못 믿는다고?

중앙일보 2014.08.08 00:36 종합 29면 지면보기
6일 국회에 출석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 [오종택 기자]


박현영
사회부문 기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불러 놓고 에볼라 출혈열에 대한 긴급현안보고를 받은 지난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



 “‘에볼라는 잠복기엔 감염되지 않는다’고 발표하셨죠.”(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그렇습니다.”(문 장관)



 “조사를 해 보니 ‘e메드TV’라는 홈페이지가 미국의 유명 의학 전문가들이 글을 올리는 곳인데 ‘잠복기에도 감염된다’고 나와요. 자세히 조사하고 발표했어야지, 세계보건기구(WHO)가 그랬다고 (그대로) 발표하는 건 신중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최 의원)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공식 사이트에 게재된 사항입니다.”(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



 “검색해 사이트를 뒤져 보면 금방 나오는데 복지부가 너무 ‘이지(easy·안이)’하게 대처하면 안 됩니다.”(최 의원)



 “의원님, 이 사안은 너무 예민한 것이어서 다시 한번 정확하게 말씀드리는데요, 공식적인 사이트에서는….”(양 본부장)



 최 의원이 말을 잘라 질타와 해명은 일단락됐다. 에볼라는 중대한 국민보건 사안이다. 정부는 초기부터 “에볼라는 잠복기엔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만큼 전파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험하지만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질병이란 것이다. 이제 와서 국회의원이 불쑥 “정부가 틀렸다”고 한마디 던지면 국민은 다시 불안해진다.



 최 의원이 인용한 사이트를 찾아봤다. 민간 소프트웨어 업체가 개발한 포털사이트였다. 올라 있는 건강정보 말미에는 “본 사이트는 의학적 조언은 물론 어떠한 조언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최고의 전문성과 공신력을 갖춘 WHO와 비교하기엔 애초부터 무리였던 것이다.



 에볼라 사태에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국회가 혼란만 키운 꼴이 됐다.



 수준 낮은 의원 질문은 이뿐이 아니었다. 인재근 새정치연합 의원은 “에볼라 시험용 치료제 지맵이 효과가 있다는데 우리도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 약은 동물 실험이 끝난 단계이고 인체용은 승인도 시판도 되지 않았다. 인 의원은 “그러면 걸리면 죽느냐”고 생뚱맞게 되물었다. 이목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홍콩에서도 의심환자가 발견되지 않았느냐”며 검역 강화를 주문했지만 이 소동은 6일 전에 에볼라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이렇게 국회가 국민을 안심시키지는 못할망정 혼란과 불안을 부추겨서는 곤란하다.



박현영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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