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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풋볼의 나라 미국, 축구에 빠지다

중앙일보 2014.08.06 01:15 종합 24면 지면보기
지난 3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애슐리 영(오른쪽 두번째)이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골을 넣자 미시간 스타디움을 찾은 10만 9318명이 환호했다. 미국 축구는 대중적인 폭발력에 자본의 힘이 더해져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앤아버 AP=뉴시스]


유럽이 중심인 축구는 프로 스포츠의 본거지 미국에서 오랫동안 찬밥신세였다. 이젠 아니다.

팬 7000만 명 '축구 신대륙'
평균 관중은 NBA보다 많아
카카·램퍼드 등 스타 잇단 상륙
축구계 '큰손' 만수르도 팀 창단



 축구의 대중적 인기와 미국 시장의 잠재력이 폭발하고 있다. 미국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팬층은 7000만 명에 이른다. 멕시코 등 중남미 출신 인구가 꾸준히 증가한 덕분이다. 볼 만한 축구 경기가 열리면 수만 명이 경기장에 몰린다. 유럽의 명문 구단들도 미국 시장에 매력을 느끼고 방문 경기를 펼친다.



 유럽과 남미에 이어 축구에 새로운 에너지를 줄 신대륙 미국이 세계 축구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그콘서트 ‘억수르’에 등장하는 아랍에미리트 석유 재벌 셰이크 만수르(44)도 뉴욕에 프로축구단을 창단했다.



 ◆그냥 모았는데 유럽챔스리그 급=3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의 미시간스타디움에서는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가 격돌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 웨인 루니(29·맨유) 등 양 팀의 특급 스타를 보려고 10만9318명의 관중이 찾았다. 미국 내 축구 경기 최다 관중 기록(10만1799명·1984년 LA 올림픽 결승전)을 30년 만에 갈아치웠다.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가 격돌한 무대는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이다. 미국이었기에 가능한 빅매치였다. 월드 풋볼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열렸던 이 대회는 지난해 미국 부동산 재벌이자 미식축구팀 마이애미 돌핀스의 구단주인 스테펀 로스(74)의 주도로 더 짜임새있게 치러졌다. 올해는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맨체스터시티·리버풀(이상 잉글랜드), AS 로마·AC 밀란·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 올림피아코스(그리스) 등 유럽 명문 구단들이 초청됐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나 볼 수 있는 빅매치에 경기당 5만 가까운 관중(4만9394명)이 성황을 이뤘다. 전세계 축구 리그 중 관중 1위인 독일 분데스리가(평균 4만3502명)보다 더 뜨거운 열기다. 결승전이 열린 5일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도 5만1014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새 감독 루이스 판 할(63)이 지휘봉을 잡은 맨유는 리버풀을 3-1로 꺾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0억3000만원).



◆소박한 줄 알았는데 축구팬이 7000만=미국 축구팬은 약 7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미국-포르투갈전 TV 시청률은 9.6%에 달했다. 평균 1822만명, 최대 2296만명이 미국 대표팀 경기를 시청했다. 페이스북은 “미국-포르투갈 경기에 약 1000만 명의 사람들이 경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2000만건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브라질 월드컵 티켓 파워에서도 미국은 높은 순위에 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개최국 브라질에 이어 미국이 월드컵 티켓 최다 구매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만 19만6836장이 판매돼 3000만달러(약 308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미국 5대 프로 스포츠 중에 가장 늦게 출범한 메이저리그사커(MLS)는 어느새 관중 수에서 아이스하키(NHL)와 농구(NBA)를 따돌리고 3위 자리에 올랐다. MLS는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1만8608명이 경기장을 찾아 미식축구(NFL·6만8397명)와 야구(MLB·3만504명)의 뒤를 쫓았다. 전세계 프로축구 리그에서도 10위권에 진입했다.



 ◆선순환하며 발전하는 미국 축구=미국은 유럽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맨유·리버풀 등이 글레이저 가문, 펜웨이 스포츠 그룹 같은 미국 스포츠 재벌의 손으로 넘어갔다.



 거꾸로 미국 시장을 노리는 해외 자본도 나오고 있다. 잉글랜드 맨체스터시티를 소유하고 있는 셰이크 만수르는 MLB 명문 뉴욕 양키스와 손잡고 뉴욕을 연고로 하는 20번째 MLS 프로축구팀을 만들었다. 다비드 비야(스페인), 프랭크 램퍼드(잉글랜드) 등이 뉴욕 유니폼을 입고 내년 3월 MLS에서 뛴다. 브라질 스타 카카도 다음 시즌부터 신생팀 올랜도시티에서 뛴다. 잉글랜드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지난 2월 MLS 22번째 구단 마이애미를 창단하기로 했다.



 미국 축구의 성장은 한국 축구에도 좋은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박성균 프로축구연맹 경영기획팀 팀장은 “미국은 성적이 아닌 마케팅을 중시한 정책으로 단기간에 많은 팬을 끌어모았다. 이같은 사례는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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