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병영 가혹행위 신고 많이 한 부대에 상 주자

중앙일보 2014.08.06 00:37 종합 30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육군 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에 대해 “너무나 마음이 참담하다”며 “국가 혁신 차원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잘못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선 일벌백계로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군 통수권자로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병영의 악습을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병영에서 반문명적 행위가 자행된 데 대해 국민의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고 입영 거부 움직임까지 나오는 심각한 파장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 만큼 향후 초점은 피의자 처벌과 지휘 책임자 문책, 병영 쇄신 방안으로 맞춰지게 됐다.



 군은 사건 피의자 4명에 대해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지휘 책임과 관련해선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참모총장은 각 군의 인사·교육·훈련을 책임지는 자리다. 이번 사건의 다른 지휘 책임 라인에 대한 문책도 불가피하다. 병영의 고질적 가혹행위를 방치한 책임은 크다.



 병영 쇄신의 핵심은 대통령이 밝힌 대로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군에 보낼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병영이 인권 친화적이어야 사기도, 전투력도 올라간다. 가혹행위 근절을 위해선 신고 시스템을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피해 상황을 알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춰놓자는 얘기다. 윤 일병은 4개월간이나 지속된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릴 방법조차 없었다. 병사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도록 하자는 방안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가혹행위에 자발적 신고가 많은 부대에 대해선 상을 주는 역발상도 해 볼 수 있다. 신고가 있어야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린다.



 가혹행위를 엄벌하는 것도 근절의 조건이다. 그런데도 군내 구타·가혹행위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2011년 군내 가혹행위·처벌자 현황을 보면 전체 938명 가운데 64%인 602명이 불기소됐다. 실형은 17명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불기소 비율은 전체(558명)의 61%였고, 실형을 받은 군인은 13명이었다. 민간이라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사안들도 영창 등 군내 징계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혹행위 근절을 위해선 군의 이런 봐주기 관행을 없애야 하고, 형량도 높여야 한다.



 초급 장교·부사관의 질(質)을 높이고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윤 일병이 근무하던 의무대에서 유일한 간부였던 유모 하사는 상습적 가혹행위를 적발하기는커녕 방조하고 가담했다. 병사들과 부딪히는 초급 간부의 사명감과 리더십 없이 병영 혁신은 요원하다. 의무대나 탄약보급소 등 소규모 독립 부대에 대해선 각별한 관리와 감찰이 필요하다. 윤 일병 사건처럼 선임병이 한통속이 돼버리면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 구타·가혹행위에 대한 전면적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소규모 부대에 대해선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군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병영 쇄신에 나서길 바란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