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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시, 제대로 관람하려면

중앙일보 2014.08.05 11:36
아직도 멀리서 눈으로 훑고 지나가는 작품 감상에 익숙하다면 곤란하다. 다양한 장르가 결합됐거나 체험형 전시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작품 감상도 보고, 듣고, 만지고, 느껴야 제맛이다. 전시장만 찾으면 뻣뻣해지는 당신, 전시기획자·아티스트 2인의 전문가와 함께 스트레칭을 해보자


그냥 바라만 보지 마세요 듣고 만지고 느껴야 제맛

오세인 작가
백스테이지전 by 0914의네 번째 전시 ‘가방의 소리’ 참여


"보고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대로 들어 보세요"

최근 전시는 작품이 담고 있는 콘텐트에주목한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까지도 하나의 작품으로 여길 정도다. 그런 면에서 건물 외관이 가방 모양인 핸드백 브랜드 시몬느의 백스테이지 갤러리는 공간 자체가 작품이 되기도 한다.

 가방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전시 프로젝트 ‘백스테이지전 by 0914’는 지난해 10월 ‘여자의 가방’을 시작으로 ‘가방을 든 남자’ ‘가방 방정식’ 등으로 이어졌다. 네 번째 전시의 주제는 ‘가방의 소리’다. 오 작가는 “가방과 소리가 어우러진 작업이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평소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이 소리를 낸다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해 전시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융·복합 전시에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 작가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 ‘담긴 닮음’에는 담고, 옮기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가방’이 들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자신의 가방과 지원자의 가방에 보이스 레코더를 넣고 다양한 소리를 채집했다. 완성된 작품에서는 친구와의 수다, 카드 긁는 소리 등 일상의 소소한 소리가 음악처럼 흘러나온다.

 가방이 들은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일상생활에서 놓친 사소한 것들이 떠오른다. 그는 “작품 앞에 서서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어 보라”며 “자연스럽게 작품에 숨겨진 또 다른 면을 만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체험형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멀리서 관람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에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면 느낄 수 있는것이 많아진다.

 오 작가는 “‘가방의 소리’전에 참여한 설치미술가 마이클 클레가의 작품은 가까이 다가가야 소리가 나온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원일 예술감독의 영상 작품 앞에는 디제잉 박스와 ‘가방 사운드 악기’가 놓여있다. 가방의 지퍼를 여닫거나 장식품을 두드리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은 아트디렉터
‘들리는 현대미술 보이는 클래식 블루& D 장조’ 기획


"전시 원리 이해한 후 관람, 연계 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하세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끊임없는 융합의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현대사회. 최 아트디렉터는 “융·복합 전시의 시도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미술작품 자체보다 전시의 원리나 형태가 주목을 받으면서 전시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창작과 과학의 통합적인 발상과 시도가 가장 흥미로운 분야라고 꼽았다. 태광그룹 일주·선화갤러리와 에이트 인스티튜트가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도 그중 하나다. ‘빨·주·노·초·파·남·보 7색과 도·레·미·파·솔·라·시 7음계가 음파처럼 파장과 주파수를 가진 파동 에너지’란 주제에서 출발한 기획 전시다. 그는 “7색과 7음계는 단위는 다르지만 동일한 주파수의 비율로 변화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색·음의 과학적 관련성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고 제안하는 작품 감상법을 많은 이와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음악이나 청각이 결합한 전시가 붐을 이루는 가운데, 그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조금 다르다. 음악이 단순한 배경음악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원리’에 기반해 적용됐다. 관객은 청량한 블루 톤의 작품을 보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파란색과 동일한 주파수 비율을 가진 D음계(레)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파란색이 심신에 미치는 효과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최 아트디렉터는 “융·복합 전시 관람에 앞서 사전 정보를 통해 전시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원리를 이해하지못한다면 전시를 본 것이 아니라 단지 전시장에 다녀온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품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하는 게 중요하다. 전시장 중앙에 마련된 방에서 의자에 편히 앉아 음악을 듣고 블루의 깊이를 느끼면서 휴식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환기·김춘수·이우환·문범 등 유명 작가들의작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감상 포인트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준비한 연계 프로그램도 눈여겨봐야 한다. 융·복합 전시에 걸맞게 공연이나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다. 이번 전시도 마찬가지. 전시와 영화가 만나는 ‘해질 무렵 무비갤러리’를 준비했다. 8월 한 달간 매주 수요일 저녁엔 전시 관람후 씨네큐브에서 ‘블루 재스민’ ‘그랑블루’ 등블루 영화를 만날 수 있다.



<글=한진.유희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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