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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가 지금 나타나 아베 저격한다면 …

중앙일보 2014.08.05 01:01 종합 22면 지면보기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아베 총리를 안중근 의사가 저격한다는 내용의 소설을 낸 김정현씨. [뉴시스]
1990년대 베스트셀러 소설 『아버지』의 작가 김정현(57)씨가 일본의 현직 총리 아베를 안중근(1879∼1910) 의사가 현대에 나타나 저격한다는 내용의 도발적인 소설을 냈다. 200자 원고지 1300쪽 분량의 장편 『안중근, 아베를 쏘다』(열림원)이다.  


『아버지』의 김정현, 도발적 소설

 소설은 전체의 4분의 3 가량을 안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 이후의 재판 과정 등에 할애한다. 『안중근 자서전』, 각종 재판기록 등을 참고했다고 한다. 10여 쪽 분량의 프롤로그와 마지막 3부에서 안 의사가 등장해 아베를 저격한다. 아무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현직 일본 총리를 저격하는 설정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듯 책 뒷표지에 ‘세간의 논란이 될 판타지’라는 문구를 집어 넣었다. 작품에 대한 논란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로도 읽힌다.



 과거에서 돌아온 안 의사가 아베를 총으로 쏜 이유는 역시 일련의 역사왜곡과 일본 우경화 등을 응징하기 위해서다. 그는 1909년 이토를 저격했던 날과 날짜가 같은 현대의 10월 26일, 역시 이토 저격 장소였던 중국 하얼빈역에서 아베에게 총알 세 발을 명중시킨다. 이후 법정진술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 교과서 왜곡, 군 위안부에 대해 사과한 고노 담화 흠집내기 등 아베를 저격해야 했던 열다섯 가지 이유를 댄다. 과거 그가 이토를 저격한 이유도 열다섯 가지였다.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한, 역사에 대한 ‘날 것 그대로의 발언’이다.



 김씨는 4일 기자 간담회에서 “아베는 자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사람이다. 모두가 평화를 원하는데도 위험한 현대식 무기를 늘리며 힘자랑하는 그에게 경고하는 의미에서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소설은 일본의 역사왜곡에 성난 한국인의 정서에는 속시원한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한·일 관계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예술이 어디까지 발언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논란을 줄이려는 듯 소설에서 아베는 죽지는 않는다. 다만 회복 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 다음 정계에서 은퇴한다. 김씨는 또 제목에서는 ‘아베’라는 이름을 그대로 썼지만, 소설 본문에서는 아베(安培)의 한자 발음인 ‘안배’로 표기했다.



 문학평론가 강동호씨는 “소설은 어떤 현실 사안에든 개입할 수 있지만 최소한 일정한 성찰적 거리를 유지할 때 문학작품으로 성공해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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