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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추신수, 독이 된 부상투혼

중앙일보 2014.08.05 00:24 종합 25면 지면보기
추신수가 지난달 20일 토론토와의 원정경기에서 8회 삼진을 당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발목 부상 후 슬럼프에 빠진 추신수는 최근 선구안까지 흔들려 고전하고 있다. [토론토 AP=뉴시스]


그의 올 시즌 성적은 4일(한국시간) 현재 타율 0.234, 홈런 9개, 도루 3개다. 올해는 7년 총액 1억3000만달러(약 1345억원) 계약의 첫 시즌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감독은 이 선수를 기용하지 않을 것이고, 지역 언론은 힘을 모아 그를 비난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계속 뛰고 있다. 미디어도 그를 비판하지 않는다. 현재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거다. 미국 프로야구 추신수(32·텍사스) 얘기다.

몸값만큼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발목 아픈데도 출전해 성적 뚝
쉴 땐 쉬는 부상관리가 더 중요



 추신수는 4월 22일 오클랜드와의 경기에서 1루를 밟다 왼 발목을 다쳤다. 부상자 명단에 오를 것으로 보였지만 그는 5경기만 결장하고 다시 뛰었다. 5월 7일엔 타율 0.370, 출루율 0.500까지 치솟았다. 미국에선 “텍사스가 추신수를 싸게 사왔다”는 말도 나왔다.



 당시 론 워싱턴(61) 텍사스 감독은 ESPN과의 인터뷰에서 “추신수의 발목은 정상이 아니다. 올 시즌 끝까지 100% 컨디션을 만들기 어려울 거다. 그러나 우리 팀은 그에게 3주 이상의 휴식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무언의 압력이 그를 뛰게 하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말이다. 텍사스는 당시나 지금이나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다.



 추신수는 추락했다. 세 달이 넘도록 이렇다 할 반등 없이 타율을 1할 넘게 까먹었다. 발목이 아프면 체력훈련도 기술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다. 한 달이면 완쾌될 부상을 지금까지 안고 있다. 한두 경기 수비에 나선 뒤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게 이를 입증한다. 추신수는 5월 6일 이후 도루를 한 차례도 시도하지 않았다.



 신체적인 문제는 정신적인 면에 영향을 줬다. 높은 연봉을 받고 제 몫을 하지 못하는 걸 추신수는 매우 고통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겨울 기자와 인터뷰에서 “내가 늘 해왔던 것(3할-30홈런-30도루)은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자도 그의 말을 단단하게 믿었다. 그에게 계약 첫 해 부진은 지옥과 같을 것이다.



 정신적인 문제는 기술적인 면에 균열을 일으켰다. 타격폼을 수차례 바꿨지만 부상으로 인해 깨진 밸런스는 회복되지 않았다. 한 번도 부상 탓을 하지 않았던 그도 지난달 지역언론과 인터뷰에서 “발목을 다친 뒤 나쁜 결정을 내렸다. 빨리 복귀하려고만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참 좋았을 때 추신수는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야구를 잘 했고 아픈 걸 참고 뛰니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지금까지 추신수는 웬만한 부상은 잘 참았고, 팀 상황에 따라 타순과 포지션을 기꺼이 바꿨다. 신시내티 시절 그의 은사였던 더스티 베이커(65) 감독이 “추신수는 전사(warrior) 같은 선수다. 어려울 때도 불만이 없다. 나는 그를 사람(person)으로서도 좋아한다”고 말했던 이유다.



 스즈키 이치로(41·뉴욕 양키스)는 시애틀 시절 우익수 대신 중견수를 맡기려는 팀과 심각하게 대립했다. 당시 마이너리거였던 우익수 추신수는 이치로가 버티는 바람에 2006년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됐다. 이때 마음고생을 했던 추신수는 스타가 되고 나서도 자신의 입장을 고집하지 않았다. 그는 타인과의 관계와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적 사고를 갖고 있고, 팀을 위한 희생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게 지금까지 추신수가 성공한 비결이었다.



 이번에는 틀렸다. “노”라고 말하고 부상을 치료한 뒤 복귀했어야 팀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투혼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는 몇 차례 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는 연간 162경기를 치르고, 추신수는 7년 계약을 했다. 긴 승부에서는 ‘부상 투혼’보다 ‘부상 관리’가 더 가치 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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