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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소득주도 성장정책

중앙일보 2014.08.05 00:21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4년 7월 21일자>

‘소득 주도 성장’, 포퓰리즘으론 안 된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 정책은 이른바 ‘소득 주도 성장’이다. ‘소득 주도 성장’의 실체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최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통해 짐작할 수는 있다. 당장 보이는 건 기업과 가계소득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기업의 성과가 일자리와 근로소득을 통해 가계 부문으로 흘러들어야 가계가 마음껏 소비할 수 있고, 기업도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경제 사령탑이 이런 인식을 입 밖으로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성장 원천에 대한 인식 자체가 수정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의 무게추는 아무래도 분배 쪽이다. ‘가계소득 증대’가 핵심이며, 이는 소득 불평등 해소와 맞물려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소득 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적절한 수준의 소득 재분배 정책을 강조했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 없이 경제성장이 어렵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새 경제팀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런 점일 것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1기 경제팀부터 과거의 성장 전략을 수정해왔다. 현오석 경제팀은 성장의 주요 목표를 고용에 맞췄다. 성장률보다 일자리라는 손에 잡히는 목표를 정조준한 것이다. 2기 경제팀은 한발 더 나가 가계소득 증대라는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내세웠다. 어떤 정책 조합을 갖다 대더라도 달성이 쉽지 않은 목표인 만큼 정책의 결이 한층 거칠어질 수 있다. 벌써 기업의 내부유보금에 세금을 물리거나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이를 임금·배당 쪽으로 유도하겠다는 설익은 구상이 나오고 있잖은가. 



최 부총리는 지난 주말 2기 경제팀을 모아 놓고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 소비 부진, 기업가 정신의 실종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경제를 살리려면 강도 높은 처방을 검토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당장 새 경제팀 스스로도 혼란에 빠진 듯하다. 기금을 동원하고 재정 운용을 확장하며 부동산 살리기에 올인하는 데다, 가계로 돈을 풀도록 기업을 옥죄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케인지언에서 신고전학파, 심지어 사회주의적 발상까지 뒤섞인 짬뽕식 정책조합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정책은 결과로 말한다. 하지만 새 경제팀이 과거와 다른 무엇을 하려면 자신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더 많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의 방법론도 상식을 벗어나선 안 된다. 소득은 좋은 일자리를 통해 늘어나는 게 최선이다. 기업 내부유보금 과세처럼 윗돌 빼서 아랫돌 막는 식은 유효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규제를 풀어 대기업 투자를 늘리고, 부족한 기업가 정신을 북돋을 토양을 다져야 한다. 금융·관광·의료·법률 등 양질의 일자리가 가능한 서비스업을 키우는 일은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국회를 설득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 답이 나와 있는 것부터 풀어가야 한다. 경제는 심리다. 모든 경제주체가 경제가 좋아진다고 믿으면 정말로 좋아진다. 기업은 투자에 나서고 개인은 빚을 내서라도 집이나 주식에 투자한다. 새 경제팀이 시급히 해야 할 일도 바로 이것이다. 국민에게 경제 하려는 마음과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한겨레 <2014년 7월 22일자>

‘소득주도 성장’은 무늬만으로 안 된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최경환 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는 취임 전부터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예고했다. 또한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가계소득 증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살리고 미약한 성장세에 탄력이 붙게 하자는 것이다. 우선 최 부총리의 이런 정책 구상에 대해 지지를 밝힌다. <한겨레>가 지난 14일치부터 시작한 ‘이제는 소득주도 성장이다’라는 기획연재물의 주제와 부합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팀이 앞으로 제대로 된 ‘소득주도 성장전략’을 펼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소득주도 성장은,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박근혜 정부 들어 이제까지 이어져온 정부의 성장전략과는 상반된다. 지금까지는 규제완화와 감세 등 기업친화적인(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바탕으로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전략을 펴왔다. 이렇게 하면 우리 경제의 전체 파이가 커져 중소기업과 자영업, 서민·중산층 가계도 골고루 성장의 과실을 얻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체 국민소득 가운데 기업소득의 비중만 커진 가운데 임금노동자와 자영업 가계의 소득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소득이나 자산의 상하위 계층간 격차도 커졌다. 기업이든 가계든 소득과 부가 한곳으로 쏠리다 보니 전체 투자가 부진하고 가계저축률도 떨어져 성장잠재력마저 허약해졌다. 한마디로 성장지상주의가 파탄을 맞은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만 겪는 상황이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은 기존 성장전략을 반성하고 국민의 실질소득을 끌어올리는 데 방점을 둔 다양한 정책을 이미 펴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가 이런 국내외 상황을 직시한다면 정책기조를 바꾸는 건 당연한 순서다. 



 문제는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이다. 최 부총리는 청문회에서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가계소득으로 흘러야 한다”든지 “비정규직 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등 예상 밖의 발언을 하긴 했지만, 앞으로 구체적이며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반면에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처럼 가계의 소득수지를 악화시킬 대책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규제완화, 토건사업 위주의 재정지출 확장 등 낡은 성장주의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려면 개별 정책들 간에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은 무늬만 갖춰서는 성공할 수 없다.





논리 vs 논리

중앙 “설익은 구상 우려” 한겨레 “구체적인 정책 내놔야”




성장과 분배는 경제 정책의 양 축이다. 두 날개로 새가 날 듯 둘 중 하나만으로는 국가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문제는 어느 쪽에 더 정책의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있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오래된 기준이기도 하다. 이런점에서 최경환 경제팀이 ‘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져 온 성장 전략과는 다른 정책이기 때문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아무래도 분배 쪽에 더 가깝다. 당연히 중앙, 한겨레 두 신문의 입장은 엇갈린다. 중앙은 새 경제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일시적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 아닌지를 의심한다. 성장 원천에 대한 인식 자체를 수정하는 경제사령탑의 태도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소득주도 성장의 실체도 아직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최 부총리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 구상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최경환 경제팀이 ‘제대로된 소득주도 성장 전략을 펼지는 불확실해 보인다’는 의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  



 중앙은 새 경제팀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내놓게 된 배경과 과정을 되짚으면서도 소득 불평등 해소가 ‘당위’ 만큼 ‘달성’이 쉽지 않은 문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만큼 ‘정책의 결이 한층 거칠어질 수 있다’거나 벌써 기업 내부의 내부유보금에 세금을 물리거나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이를 임금·배당 쪽으로 유도하겠다는 ‘설익은 구상’ 까지 지적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우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한겨레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당연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이명박 정부에서부터 현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져온 규제완화와 감세 등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펼쳐온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전략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이 우리 경제의 파이를 키워 중소기업과 자영업, 서민·중산층 가계도 골고루 성장의 과실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소득주도 성장으로의 정책기조 변화는 당연하다는 논리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방법론에 있어서도 두 신문은 서로 다른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중앙은 ‘소득은 좋은 일자리를 통해 늘어나는게 최선’이라는 전제 아래 ‘규제를 풀어 대기업 투자를 늘리고, 부족한 기업가 정신을 북돋울 토양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겨레는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지적하면서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처럼 가계의 소득수지를 악화시킬 대책’이나 ‘규제완화, 토건사업 위주의 재정지출 확장 등 낡은 성장주의 모델 답습 움직임’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한 소득 재분배 경제 정책 자체는 시대적 흐름이다. 국내외 경제 환경이 그런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두 신문 모두 약간의 온도차는 있지만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채택한 최경환 경제팀의 선택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는 과정이나 방법론에서는 상당한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다. 중앙은 여전히 대기업의 투자 여건 개선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금융·관광·의료·법률 등 양질의 일자리가 가능한 서비스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과 개인 모두 경제가 좋아 질 것이라는 심리적 자신감을 갖게 하는게 중요하다는 점까지 덧붙이고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최 부총리의 말을 전하면서 새 경제팀 스스로도 혼란에 빠진 듯한 ‘짬뽕식 정책 조합’의 등장에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겨레는 정부가 선택한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무늬만 갖춘 정책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전체 국민소득 가운데 기업소득의 비중만 커지고 임금노동자와 자영업 가계의 소득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성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정책의 기조는 올바르게 세웠지만 이를 제대로 실현해 나갈지는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걱정도 함께 내놓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 정책의 근간을 이루었던 ‘선성장 후분배’ 정책에서 ‘성장과 분배의 균형’정책으로 방향을 바꾼 최경환 경제팀의 선택이 과연 성공할지 주목된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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