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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물에 빠진 서핑객, 누가 구했나

중앙일보 2014.08.05 00:09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상진
사회부문 기자
#10분53초짜리 동영상 1. 누군가 “빨리 드가(들어가), 빨리 드가”라고 외쳤다. 그 말에 따르듯 119 수상구조대원들이 다급하게 바다로 뛰어들었다. 잠시 후 흰 파도가 덮쳤다. 키를 훌쩍 넘는 파도였다. 잠시 구조대원들이 화면에서 사라졌을 정도였다. 화면에 다시 나타난 구조대원들은 계속 바다를 향해 헤엄쳤다. 2분쯤 지난 뒤 정신을 잃은 젊은이를 끌고 나와 백사장에 뉘여 놓곤 가슴을 눌러댔다. 심폐소생술 하는 장면이다. 이내 달려온 119 구급차가 젊은이를 싣고 병원으로 향했다.



 #46초짜리 동영상 2.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 파도에 휩쓸린 젊은이를 구조대원들이 바다에서 구해 나온다. 119 구조대원 가운데 노란 옷을 입은 해양경찰이 끼어 있다. 이어지는 심폐소생술 장면엔 119 대원만 나온다. 해경은 잠시 후 조난객을 구급차에 실을 때 다시 등장한다. 한 명은 들것을 거들고, 또 한 명은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이다(동영상은 joongang.joins.com).



 지난 2일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한 두 개의 동영상이다. 앞의 것은 119 구조대가 찍었고, 뒤의 것은 해경이 촬영했다. 공개는 해경이 먼저 했다. ‘부산해경, 송정해수욕장 서핑(파도타기) 레저객 구조’라는 보도자료와 함께였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이날 낮 12시30분쯤 송정해수욕장에서 서핑을 하던 이모(29)씨가 파도에 휩쓸렸다. 그러자 119 구조대가 뛰어들었다. 물이 허리께 차는 곳까지 이씨를 끌어냈을 무렵, 해경이 구조를 거들었다. 그러곤 ‘구조했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렸다.



 당시는 제12호 태풍 나크리(NAKRI)가 한반도에 다가와 거센 바람이 몰아칠 때였다. 해경은 일단 해수욕을 금지했다. 하지만 서핑 같은 해양레저는 그대로 놔뒀다. “위험하니 해양레저도 막아 달라”고 부산소방본부가 요청했지만 해경은 “파도가 있어야 서핑 같은 해양레저를 할 수 있다”며 거절했다. 해경은 “당시 날씨는 서핑을 하기 곤란할 정도가 아니었다”고도 했다.



 그러다 사고가 났다. 구조된 이씨는 생명을 건졌다. 그러자 해경은 “우리가 구조했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이에 119가 발끈했다. 구조 동영상을 공개하며 맞받아쳤다. “구조가 본연의 임무라 처음엔 동영상 공개 같은 것을 생각조차 안 했으나 가만히 있기 어려웠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해경은 “119가 빨랐지만 구조 과정에 해경도 같이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왠지 궁색하게 들렸다면 기자만의 느낌일까. 홍보에는 적극적이고 구조에는 소극적인 해경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상진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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