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로벌 아이] 출구 안 보이는 미국의 대북정책

중앙일보 2014.08.05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상복
워싱턴특파원
지난달 30일 미국 하원에서 북한 관련 특별 청문회가 열렸다. 제목도 ‘미국의 대북정책 20년-제네바 기본합의에서 전략적 인내까지’로 거창했다. 1차 북핵 위기를 협상으로 타결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북한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로버트 킹 북한 인권특사가 참석해 무게감을 더했다.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벽에 부딪혔다고 진단했다.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거였다. 공화당의 스콧 페리 의원은 “북한을 압박해 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정책은 20년 동안 효력이 없음이 드러났다”며 “천년만년이고 기다릴 거냐”고 물었다. 동아태소위 위원장인 스티브 섀벗은 “북한정책은 산산조각 났다”는 표현까지 썼다. 하도 답답했는지 다양한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한국이 통일돼도 미군이 북쪽엔 주둔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중국에 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중국이 안심하고 북한을 압박하게 만들자는 취지였다.



 6자회담 대표를 겸하고 있는 글린 데이비스조차 비관적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대화가 불가능한데,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대화가 쉽지 않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전망도 어둡지만 더 심각한 건 무관심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병합, 이스라엘·하마스 교전,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사건 등을 겪으면서 미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 미국으로선 쉽게 답이 안 나오는 북한 문제에 매달릴 의지가 없어 보인다. 북한이 핵으로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해도 시큰둥한 반응 일색이다. 북한이 최근 엄청난 양의 미사일을 쏴댔지만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달 말 “북한이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기대 수위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워싱턴 싱크탱크들에서도 요즘 북한 이슈는 크게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청문회라도 열려 다행이지만 내용적으론 만족할 입장은 아니었다. 의원 3~4명이 왔다 갔다 겨우 자리를 지켰고, 3시간으로 예정됐던 청문회는 1시간20분 만에 종료됐다. 참여가 저조해서다. 한 의원은 “그래도 북한은 자기네 국민만 못살게 군다는 점에서 이란보단 낫다”는 말도 했다.



 청문회를 취재하면서 끝까지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 미국도 현 대북정책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북한에 대한 피로감이 크다 보니 방향을 틀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였다. 북한으로선 식어 버린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큰 사고를 치는 수밖에 없는데, 그 경우 모두가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앞이 안 보이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교황의 한국 방문 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상복 워싱턴특파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