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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검역 딜레마 … 안전이냐 인권이냐

중앙일보 2014.08.04 02:48 종합 3면 지면보기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 켄트 브랜틀리(33) 박사가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의 질병통제센터에서 방호복을 입고 있는 모습. [로이터=뉴스1]


정부는 과거의 감염병 대응 경험을 토대로 에볼라에 대비하고 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09년 신종플루 등 신종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신종 감염병 관리 체계를 보완해 왔다. 정부 대책을 크게 보면 입국자와 출국자로 나눠 관리한다. 입국자는 다시 공항 입국 단계와 입국 이후로 나뉜다.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 3개국 여행객은 맨 먼저 공항에서 발열 체크를 한다. 발열·구토 등 에볼라 유사 증세를 보이면 별도 동선으로 빼내 인천의료원의 음압(音壓)병상으로 격리한다.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진짜 감염자인지 여부를 확인한다. 증상이 없는 여행객도 3주 동안 전화로 추적 조사한다.

오늘 총리실 주재 관계부처 회의
"잠복기 3주" 국민 안심 대책을?
"발병지서 왔다고 격리시켜서야"?



 질병관리본부는 앞서 1일 인천공항에서 공항 관계자, 검역 당국자, 병원 의료진 등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 모의훈련을 했다. 지난 4월 에볼라가 번지기 시작할 때부터 3개국을 다녀온 21명을 추적 조사했고, 아직까지 이상이 없다.





 입국 후 발병하면 가까운 음압병상에 격리한다. 에볼라는 치료약이나 예방약이 없다. 질병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을 역임한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은 “환자가 설사를 하면 수액을 공급하고 호흡이 곤란하면 인공호흡기를 다는 식으로 대증(對症)요법을 사용한다”며 “ 환자 가족은 3주간 감염 여부를 추적 조사한다”고 말했다. 타미플루 같은 항(抗)바이러스 약은 효과가 없다. 신종플루와 에볼라는 바이러스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2일 미 애틀랜타 에머리 대학병원에 도착한 켄트 브랜틀리 박사(오른쪽). [AP=뉴시스]
 입국자는 좀 까다롭다. 입국할 때 작성하는 건강 설문지의 경유지 기록란에 위험지역을 다녀왔는지를 적도록 돼 있어 이를 통해 3개국 방문 여부를 확인한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감염병 지역에서 온 사람이라도 그 이유로 격리시키거나 강제로 검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질병본부는 국제 행사의 경우 주최 측으로부터 참석자 명단을 넘겨받았으며 발열 등의 증세가 있는지 주최 측이 확인하도록 할 방침이다.



 출국자가 문제다. 외교부가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해 3개국으로 가는 여행객을 차단하려 하지만 유럽을 경유하거나 세네갈 등 인접국을 거쳐 입국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발병지역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검사·격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자칫 인권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아프리카 출신자의 입국을 막지는 않는다.



 정부는 4일 총리실 주재로 관계부처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다. 또 양병국 본부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3개국 선교활동 자제를 요청할 방침이다. 기니 등 3개국 교민 190명과 여행객이 에볼라에 걸리면 국내에 입국시키지 않고 보건 당국이 아프리카 현지로 나가서 치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종구(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에볼라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게 아니라 동물이나 사람의 혈액·체액과 직접 접촉해야 감염되기 때문에 전파력이 낮다”며 “3주라는 잠복기를 고려해 정부가 불안해하는 국민에게 ‘안심하라’고만 할 게 아니라 현지에 인력을 보내 정보를 수집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역학조사관 등의 전문인력과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박현영·김혜미 기자



◆음압병상=호흡기를 통해서 공기 중 감염되는 환자를 격리하는 시설이다. 병실 안의 압력을 복도보다 낮게 유지함으로써 공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공기를 멸균해서 배출한다. 서울대병원 등 전국 17개 병원에 104개가 설치돼 있다. 내년 중 충북대·부산대병원에 추가로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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