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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컴퍼니 차려 11억 뒷돈 챙긴 연구원들

중앙일보 2014.08.04 02:18 종합 10면 지면보기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책임연구원 김모(38)씨는 지난해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사업 연구과제 수행업체로 E사를 선정했다. E사는 무선주파수인식기술 사업계획서에 장비비와 용역비를 부풀렸지만 무사 통과했다. 김씨가 E사 성모(42) 영업본부장과 미리 입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E사는 지원받은 정부 출연금 13억4000만원 중 9억4000만원은 공장 증축, 줄기세포 연구처럼 과제와 무관한 곳에 사용했다. 2억1000만원은 김씨에게 뒷돈으로 건넸다. 사물인터넷 연구에 쓴 돈은 1억9000만원뿐이었다.


업체와 짜고 사업비 과다책정
정부출연금 수십억 돌려받아
의심 피하려 뇌물로 세금도 내

 사물인터넷은 가전제품 같은 전자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어디서든 사용하게 하는 ‘유비쿼터스(U-IT)’ 분야 신기술이다. 유비쿼터스센서(USN)와 전자태그(RFID),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술을 통해 생활과 산업 전 분야에서 자동화를 구현하는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진흥원은 2008년부터 이 분야 연구용역비로 매년 150억원씩을 민간 업체에 지원해왔다. 문제는 지원업체 선정부터 사후 검증까지를 이 분야 전문 연구원 두세 명이 도맡아 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문홍성)는 “김씨를 2011~2013년 미래부 정보통신진흥기금 지원업체 5곳으로부터 11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 뇌물)로 구속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김씨는 매번 친척 명의의 페이퍼컴퍼니 I사가 연구용역 하청을 받은 것처럼 꾸며 뇌물을 받는 수법을 썼다. 정상 거래로 위장하려고 세금까지 냈다. 다른 하청업체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수고비로 55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검찰은 NIPA 동료인 선모(40) 수석연구원과 인천정보산업진흥원 이모(39) IT융합진흥부장도 각각 1억4000만원, 2억9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유명 외국어고 동문 출신의 IT 분야 석·박사들로 정부 기금을 ‘눈먼 돈’으로 생각해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들에서 챙긴 뒷돈은 재규어·아우디·인피니티 등 고급 외제차 구매 및 해외 골프여행 경비 등으로 썼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에게 돈을 준 E사 성 본부장 등 업체 관계자 6명도 뇌물공여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문 부장검사는 “미래부의 허술한 관리 때문에 한 해 수십억원의 국가 R&D 예산이 업체와 결탁한 연구원들에 의해 빠져나갔다”며 “미래부 산하 다른 연구소의 금품비리 혐의도 포착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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