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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중·고 운영비 대폭 삭감 … '찜통 교실' 된다

중앙일보 2014.08.04 02:16 종합 10면 지면보기
서울 강북의 A고 교장은 지난달 30일 시 교육청의 공문을 받았다. 연초 책정한 학교운영비 4억2000만원에서 1400만원을 깎겠다는 통보였다. 깜짝 놀라 교감·행정실장을 불러놓고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했다. 교장은 “무상보육·무상급식이 시작된 뒤 학교운영비가 사실상 동결돼 이미 줄일 수 있는 건 모두 줄인 상태”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냉난방비나 시설 보수비용을 줄여야 할 텐데 아이들이 ‘찜통 교실’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교육청 "올 예산 3100억 모자라"
학교 "줄일 건 다 줄였는데" 한숨

 무상급식과 누리과정(만 3~5세 유아 무상교육)으로 교육예산 부족에 시달려온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의 운영비 지원을 줄이기로 최근 결정했다. 교육계에선 “교육복지예산을 확대하는 바람에 교육의 질을 위협하는 ‘무상의 역설’이 초래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3일 “일선 초·중·고에 올 1월 통보했던 학교운영비 예산을 감액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달 30일 발송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에 따르면 삭감 규모는 학교당 평균 500만원이다. 학급과 학생 수 등에 따라 수천만원이 삭감된 학교도 있다.



 학교운영비 삭감은 무엇보다 각종 교육복지 프로그램의 확대에 따른 예산 압박이 주된 원인이다. 시 교육청 이강태 예산담당관은 “연초부터 예산 부족이 문제였다. 지금까지 버텼으나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삭감했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교육청 실무진이 조희연 교육감에게 재정 부족 상황과 학교운영비 삭감 필요성을 제기했고, 조 교육감이 이를 승인했다. 조 교육감 취임 직전인 6월 말 교육감직인수위원회는 “올해에만 3100억원의 결손이 예상된다”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었다.



 이 같은 학교운영비 삭감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서울 은평구 B중 교감은 “지난해엔 예산안과 확정 예산의 차이가 항목에 따라 몇 십만원에 불과했다”며 “올해처럼 예산안에서 수백, 수천만원을 줄인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학교운영비는 서울 초·중·고의 경우 평균 4억3000만원에 이른다. 공공요금(전기·수도·가스), 교육활동비(학습교구·기자재 구입비), 보조교사·교무행정지원사 인건비, 시설보수비, 교사 회의비와 출장비 등이 포함된다.



 일선 교장들은 “절감 ‘1순위’는 교실 냉난방비나 시설 보수비용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올 초 예산안보다 5000만원이 줄어든 경기고 최동환 교장은 “교사 활동경비, 전기료를 포함한 냉난방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전기료는 학교운영비의 10~20% 이상을 차지한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교육예산 축소는 각종 무상교육복지의 확대로 인한 ‘풍선 효과’ 때문”이라며 “이참에 무리한 교육복지 예산을 전면 재검토하고 혁신학교, 자율형사립고의 일반고 전환 지원 등 재정지원형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은 예산 미확보를 이유로 9월에 치를 예정이던 고 1·2 대상 전국연합고사(모의고사)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밝혀 학부모들의 불만을 샀다.



천인성·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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