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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아하, 아메리카] 니카라과 운하, 중국에 '50년 운영권 + 50년 재계약' 약속

중앙일보 2014.08.04 02:02 종합 16면 지면보기
지난해 6월 니카라과 운하에 대한 운영권 계약을 맺은 뒤 참석자들에게 인사하는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왼쪽)과 왕징 HKND 대표. [사진 HKND]


오는 15일은 인류 대역사(大役事)로 꼽히는 파나마 운하 개통 100주년 기념일.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는 세계 무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성공작이다. 이런 파나마 운하가 공교롭게도 100주년을 맞아 뜻밖의 도전에 처하게 됐다. 파나마 북쪽 니카라과에서 훨씬 더 넓고 깊은 또 다른 운하 건설 계획이 착착 진행 중인 까닭이다. 니카라과 운하는 특히 중국계 기업이 주도해 비상한 관심을 끈다. 이 운하가 완공되면 무역 차원을 넘어 국제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부를 게 분명하다.



 2012년 9월 니카라과 정부는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이란 중국계 회사와 운하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다. HKND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신웨이(信威)그룹의 왕징(王靖) 대표가 세운 회사다.



올 연말부터 공사, 2020년 완공 계획



 HKND는 400억 달러(40조 원)를 투자, 길이 278㎞의 운하를 니카라과에 건설한다는 꿈을 추진 중이다. 운하가 건설될 전체 루트는 길이 77.1㎞인 파나마 운하의 4배에 달하며 중간에 위치한 니카라과호(湖)를 이용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공사가 마무리되면 미국 동·서부 간 항로가 파마나 운하보다 800㎞나 단축된다. 일반 화물선으로 하루 이상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폭 230~520m에 수심도 27m로 팔 예정이어서 파나마 운하보다 훨씬 넓고 깊다. 현재 폭 33.5m에 수심 12.5m인 파나마운하는 내년에 끝나는 확장공사 뒤에도 폭 55m, 수심 18.3m에 불과하다. 기껏 12만톤급 화물선밖에 다닐 수 없다. 하나 니카라과 운하는 40만t도 너끈히 통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니카라과 국내총생산(GDP) 118억 달러의 근 4배에 달하는 공사비에도 불구, 충분히 채산성이 있다고 HKND는 낙관한다. 니카라과 정부도 운하가 가져올 막대한 경제적 혜택을 기대하며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남미 최빈국 중 하나인 니카라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20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운하가 완공되면 소득이 2배 이상으로 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니카라과의 현 대통령은 70년대 말 소모사 정권을 타도했던 산디니스타 혁명군 지도자 출신의 다니엘 오르테가(69)다. 반미 성향이 강한 그는 중국 기업의 개입을 환영하며 50년 운영권에 50년 재계약을 약속했다.



 그간 HKND는 6가지 운하 계획안을 놓고 검토한 끝에 태평양 연안의 도시 브리토와 대서양 쪽 푼타 고르다를 연결하는 루트로 지난달 8일 최종 결정했다. HKND는 환경평가 등을 거쳐 올해 말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2020년 완공할 계획이다.



 한편 왕 대표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중국 정부와는 전혀 관계없는 순수한 비즈니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웨이는 중국 정부 소유의 5대 전력회사 중 하나인 ‘중궈다탕(中國大唐)이 합작 투자했던 회사다. 이 업체 지분 40%마저 왕 대표가 인수해 지금은 그의 개인회사가 됐지만 중궈다탕의 투자 이력에 비춰 중국 정부와 깊은 관련이 있을 거란 추측을 낳는다. 또한 공산당 독재인 중국의 속성상 이런 사업이 당국의 승인과 지원 없이는 불가능할 걸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사업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을 거란 뜻이다.



미국 동·서부 간 항로 800㎞나 단축



 니카라과 운하는 오래된 아이디어다. 스페인이 남미를 식민지화했던 18세기 당시 태평양 연안의 볼리비아에서 쏟아진 은을 본국으로 옮기기 위해 파나마까지 배로 갔다 다시 육로로 대서양 연안까지 이동해야 했다. 이 때문에 스페인은 운하 건설을 검토했는데 파나마 지협(地峽), 니카라과 루트, 그리고 멕시코 유카탄 반도 북부 등 3곳이 후보지였다. 스페인은 니카라과 루트 계획도까지 만들었지만 실행하진 않았다.



 그러다 운하 아이디어가 부각된 건 미국의 서부 개발이 본격화되면서였다. 남미의 남쪽 끝을 돌아야 하는 동부와 서부 해안간 항로를 줄이기 위해서는 운하를 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특히 1849년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이주자들이 쏟아져 들어온 골드러시 시기에는 니카라과의 강과 호수를 이용한 우회 루트가 큰 인기를 끌었다. 미 의회는 니카라과와 파나마 중 어디에 운하를 놓을지를 놓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야 했다. 결국 파나마 운하 개발권을 확보했던 프랑스가 4000만 달러에 이를 미국으로 넘긴데다 니카라과 화산 폭발로 3000여 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파나마로 낙착이 됐다.



 니카라과 운하가 완성되면 물론 파나마 운하가 직격탄을 맞을 게 분명하다. 현재 파나마 운하는 늘어난 물동량으로 많으면 100척 이상의 화물선이 대기하는 일이 흔하다. 하나 니카라과 운하가 개통되면 이쪽을 이용하는 배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 운하 폭도 넓을뿐더러 동아시아와 미 동부간 항로가 더 짧기 때문이다.



100돌 파나마운하 직격탄 맞을 듯



 정치적 의미도 크다. 니카라과 운하를 관리하게 될 중국이 이곳을 중남미 세력 확장의 교두보로 삼을 게 분명하다. 이럴 경우 오랫동안 미국의 앞마당으로 여겨졌던 중남미 내 중국 파워가 신장될 게 틀림없다. 또 니카라과 운하가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그간엔 카리브해에서 동아시아로 신속하게 이동하려면 파나마운하를 거쳐야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이곳만 지키면 민감한 물품의 운송을 통제할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쿠바에서 지대공 미사일과 미그-21 전투기 부품을 실은 북한 화물선 청천강호가 파나마 운하에서 적발된 것도 이곳이 여전히 미국 영향 아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때 니카라과 운하가 완공돼 중국이 관리했다면 별 탈 없이 넘어갔을 가능성이 많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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