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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바르기, 마블링 식감 … 교수님은 고깃집 사장

중앙일보 2014.08.04 01:01 종합 27면 지면보기
대구시 성당동 가야축산의 김창일 대표(맨 왼쪽)가 지난달 26일 경북대 평생교육원 관계자들과 ‘한우전문가가 되는 길’ 강의를 위한 실전 연습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칼·뼈칼(소 살을 발라내는 칼), 300㎏짜리 암소 한 마리….’ 고깃집에 쓸 도구와 재료가 아니다. 대학 강단에서 쓰일 수업용이다. 이런 도구를 챙겨든 정육점 사장들이 경북대 평생교육원 강단에 선다. 면접과 강의 품질 검증도 통과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우전문가가 되는 길’ 강의가 다음 달 3일 시작된다.

경북대 '한우전문가' 강좌 첫 개설
수강료 60만원 중 20만원 고기값



 강사진은 식품산업공학 석사인 현직 정육점 사장 2명과 축산 농가에 한우 기르는 기술을 알려주는 농촌진흥청 소속 한우 담당 1명이다. 일주일에 2시간씩 중간중간 한우를 학생들과 구워먹으며 15주간 소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강의는 대구의 한우판매점인 가야축산 사장 김창일(39)씨가 경북대에 제안하면서 만들어졌다.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 그는 경북대 축산공학과 박영식(55) 교수를 찾아갔다. 석사과정 때 인연을 맺은 지도교수였다. 김씨는 정육점을 하면서 고기 써는 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고, 수입산인지, 한우인지 구분 못하는 손님도 많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자 박 교수는 “이런 게 바로 실용 학문”이라며 강의를 권유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가야식육식당 사장 이종관(35)씨와 농촌진흥청 김세혁(37)씨와 상의했다. ‘칼 쓰는 우리 말에 과연 귀 기울여줄까’하는 우려도 있었다. 고민 끝에 직업에 대한 일부의 편견을 대학 강단에 서서 한번 깨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강의는 ‘정육점 차리기’와 ‘맛있게 한우 먹기’에 맞춰져 있다.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용 교육’만 있다. 실제 첫 수업은 경남 합천군의 한우 축사 에서 시작된다. 한우 사육 과정을 보고, 학생들이 직접 풀과 사료를 먹여본다.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마블링에 따른 식감으로 거세육과 암소육 구분하는 법 도 배운다. 창업자를 위한 고깃집 1일 사장 돼보기 같은 창업·취업 실무 수업도 있다.



 이렇게 15주 수업이 끝나면 ‘한우 먹어보고 부위 맞추기’ 등 간단한 시험을 치러야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수강료는 1인당 60만원. 이 중 20만원은 수업 중 구워먹을 고기값으로, 나머지 10만원 정도는 교통비로 쓸 예정이다. 남는 수강료는 불우이웃 돕기에 쓰기로 했다. 4일부터 모집하는 수강생은 40명.



 이들은 이제 꿈이 생겼다고 한다. “축산과가 있는 국내 모든 대학에 한우 전문가 과정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우리를 ‘고깃집 사장’이 아니라 공부하는 기술자 ‘한우 전문가’로 부르지 않을까요.”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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