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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장 “주먹 날리는 것보다 수담 … 한반도 통일 묘수”

중앙일보 2014.08.03 21:22 종합 26면 지면보기
지난 1일 국회 에서 열린 ‘2014 한·중 친선 바둑교류전’에 참가한 설훈 의원(왼쪽)과 중국 측 단장인 쑨화이산 전국정협 상무위 부비서장이 대국을 벌이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 측 단장인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 등 13명의 국회의원과 중국 측 쑨화이산 단장 등 16명 이 참가해 반상 외교전을 펼쳤다. 김형수 기자



서울서 제2회 한·중 바둑 교류전…한국, 연이틀 대결서 7대3 승리
“내년엔 북한도 초청하자” 제안에 중 “대만 포함 4개국 통일배 열자”



대국이 시작되자 장내에는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유인태(새정치민주연합·4단) 의원은 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했다. 반면 이인제(새누리당·5단) 의원은 한 수 한 수 놓을 때마다 신중하게 장고를 거듭했다.



 1일과 2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한국 국회와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이하 정협, 중국의 최고 정책 자문회의) 간 바둑 대결은 팽팽한 긴장 속에 치러졌다.



 양측에서 각각 10명이 나선 2차 한·중 바둑 교류전에서 한국은 중국을 연이틀 7대 3으로 이겼다. 국회 최고수 김기선(새누리당·7단) 의원과 정협 최강자 창쩐밍(아마 7단) 위원의 대결이 승부처였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신그룹의 회장이기도 한 창 위원은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차 교류전에서 김 의원에게 패했다. 1년 뒤 재대국에서 또다시 패색이 짙어지자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6집 반, 흑(김기선)의 승리였다.



 2회째를 맞은 한·중 바둑 교류전은 지난해 1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중국 특사단장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한·중 간 인문교류를 활성화하자는 차원이지만, 배경에는 반상(盤上) 외교를 통해 양국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자는 의지가 깔려 있었다. 국회기우회 회장인 원유철(새누리당) 의원은 “중국 바둑은 대륙의 기풍이 있어서 세력 위주로 바둑을 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수담(手談, 손으로 나누는 대화)이라는 진실한 대화를 통해 한·중 의원들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번 교류전에 대한 중국 측의 관심도 각별하다. 중국 대표단에는 쑨화이산 단장(정협 상무위 부비서장)을 비롯해 장관급 인사 7명이 포함됐다. 해외 방문단에 장관급이 3명 이상 참여하지 않는 관례로 볼 때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쑨 단장은 “시진핑 주석이 이번 교류전을 적극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열렬한 바둑 애호가로 이창호 9단의 팬이라고 한다.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에게 “석불(이창호 9단)을 이긴 자”라며 창하오 9단을 소개한 일도 있다.



 내년 교류전에는 북한도 초청하자는 한국 측 제안에 대해 중국 측은 아예 대만까지 포함해 4개국이 참여하는 통일배 바둑 대회를 열자고 역제안했다. 쑨 단장은 “서로 주먹을 날리는 것보다 바둑 교류를 통해 서로 악수하는 게 한반도 통일을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중 바둑교류전과 달리 올 초 열릴 예정이던 한·일 바둑교류전은 양국 관계 악화로 무기한 연기됐다. 한·일 교류전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6차례 열린 뒤 맥이 끊긴 상태다.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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