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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군 총장 ‘집합’ 건 한민구, 유족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중앙일보 2014.08.03 20:29 종합 6면 지면보기
토요일인 지난 2일 오후. 국방부 현관이 분주해졌다. 절전을 한다며 평소 꺼둔 불이 켜지고, 국방부와 각 군 의전 담당자들이 모여들었다. 잠시 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백승주 차관을 비롯해 육군·공군 참모총장, 해병대 사령관이 타는 검은색 세단들이 속속 도착했다. 해군에선 해외 출장 중인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을 대신해 엄현성 참모차장이 왔다. 전시 상황도, 북한군의 도발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현장에서] ‘근절·색출’ 대책 쏟아냈지만
자식 군대 보낸 부모들 향한 군 지휘부 반성문은 없어
“사과하면 책임” 의견충돌 소문

 상황은 이랬다. 이날 아침 잠에서 깬 한 장관은 공관으로 전달된 조간신문 스크랩을 펼쳤다. 스크랩엔 지난 4월 선임병들의 집단구타로 사망한 28사단 윤모 일병 사건에 대한 비판기사가 실렸다. 한 장관은 전화기를 들었다. 각 군 지휘관들에게 “오후 4시에 회의 좀 합시다”라며 서울로 불렀다. 군대용어로 집합을 건 셈이다.



 오후 4시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한 장관은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은 수치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며, 이번 사건을 보는 국민적 시각은 분노와 공분 그 자체”라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군에 입대한 장병들을 건강하게 부모님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군 지휘관들의 의무”라며 “이번 사고의 가해자·방조자·관계자들을 일벌백계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직후 국방부는 ▶전군 차원의 병영 내 ‘구타·가혹행위 색출·근절 작전’ 시행 ▶보호관심병사 관리시스템 개선사항 조기 시행 ▶병사 고충신고 및 처리시스템 전면 개선 ▶민·관·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 운영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구타 색출과 근절에 ‘작전’이라는 용어까지 붙인 걸 보면 다급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윤 일병 사망사건이 일어난 지 이미 석 달이란 기간이 흐른 뒤다. 이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나 피해자 가족의 노력이 없었으면 진상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얘기가 세간에 파다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군 지휘부는 반성에 인색하다. 2일 회의가 끝난 뒤에도 대국민사과는 없었다. 육군 지휘부는 장관에겐 “죄송하다”는 말을 몇 차례 하면서도 공개된 사과는 미루고 있다. 담당자들을 기자실로 보내 비공개로 뒤늦은 설명을 하거나 “육군 총장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대리 사과가 고작이다. “육군 총장이 사과를 할 경우 책임이 따를 수 있다”며 국방부와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소문도 돈다. 군 내 구타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로선 억장이 무너지는데 군 지휘부는 책임 떠넘기기만 하는 셈이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 3월까지 접수된 군 인권침해 진정 사건은 405건이다. 이 가운데 폭력이나 가혹행위가 122건으로 30.1%나 된다. 생명권 침해와 언어폭력도 각각 56건과 45건에 달한다. 닷새에 한 건씩 군 인권침해 사건이 접수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폐쇄적이고 음성적인 군 문화를 고려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이쯤 되면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가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다. 아들이 강원도 화천에서 군 복무 중인 한모(48)씨는 “군에 안 가겠다는 애를 억지로 보냈는데 이런 사고가 반복되면 누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겠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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