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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 온수기, 화분 냉장고 … 에너지 비용 ‘0’ 꿈 아니다

중앙선데이 2014.08.03 00:45 386호 14면 지면보기
# 지난달 28일 경기 수원시 탑동 기후변화센터 회의실. 20여명의 여성들이 나무 상자에 못을 박고 철판을 자르고 있다. 망치와 드릴을 든 이들은 기후변화센터에서 학생들에게 기후변화 교육을 하는 선생님들. 환경시민단체 ‘핸즈’로부터 태양열 식품건조기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건조기 원리는 간단하다. 은박지 반사판을 통해 태양열을 스티로폼 상자 안 철판으로 모으고, 최고 60℃까지 뜨거워진 공기가 상자를 돌아다니며 망사 위 식품을 건조시키는 방식이다. 이들이 식품건조기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세시간 가량. 핸즈에서 교육을 맡았던 이재열씨는 “식품건조기는 가격도 비싸지만 이를 작동시킬 때 드는 전기료도 만만치 않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한번 만들면 해가 날 때마다 식품을 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턴 기자, 에너지 자립족들 만나보니

# 충북 옥천군 금구리의 한 평범한 5층 건물. 옥상에 올라가니 거대한 실험실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굵기는 어른 팔뚝만 하고 길이는 2m 가량인 진공 유리관 200여개가 서른 개씩 짝을 이뤄 죽 늘어서있었다. 유리관 안은 물로 꽉 차 있었다. “이게 바로 온수기”라고 빌딩 주인 류인(58)씨가 설명했다. 태양열을 받으면 관 안의 물이 데워지고, 데워진 물은 탱크로 모인다. 이 온수가 파이프를 통해 1층 주택을 난방하고, 온수도 저장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온수 온도는 겨울에 60℃, 여름에는 100℃ 가까이 올라간다. 류씨는 “한겨울에도 가스나 전기를 전혀 쓰지 않아도 바닥이 뜨끈뜨끈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태양과 바람 등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에너지를 직접 만들어 쓴다. 신재생 에너지 설치 비용이 내려가면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주택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본격적인 장비를 갖추지 않더라도 각종 아이디어 상품으로 쏠쏠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이들도 많다. 에너지 자립족들을 찾아 에너지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알아봤다.

누진요금 걱정 없애는 ‘아파트 태양광’
태양광은 최근 가장 각광받는 신재생 에너지원이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발전된 전기로 전력을 충당해 전기료를 낮출 수 있다. 최근 들어 보급도 크게 늘었다. 2007년만 해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집은 전국 9226가구에 불과했었는데 올 6월 기준 약 17만 가구나 된다. 이런 급증세는 패널 단가가 내려간 덕분이다. 2008년에는 4인 가족 평균 용량인 3㎾ 패널을 설치하는 데 2200만원이 들었다. 당시 정부에서 설치비의 3분의 2를 보조해줬지만 각 가정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8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패널가격 하락으로 설치비는 900만원까지 내려갔다. 정부 보조금이 300만원으로 줄었지만 본인 부담금은 600만원으로 오히려 더 적어진 셈이다.

충남 공주의 단독주택에 사는 김혜경(40)씨도 올 1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장비를 모두 중고로 구입해 설치비를 450만원으로 아꼈다.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전력에 낸 전기료는 33만1580원. 지난해 같은 기간(74만2460원)보다 41만880원을 아꼈다. 김씨는 “전기를 펑펑 썼는데도 5년이면 투자 비용을 모두 회수할 것 같다”며 “누진요금 걱정이 없어 여름에 에어컨 켜기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발전 설비를 설치할 공간이 없어 “재생 에너지 활용이 어렵다”고 여겨지던 아파트에까지 태양광 에너지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소규모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설치비의 50%를 지원해주는 ‘미니 태양광 보급사업’을 시작했다.

200W 남짓한 용량의 패널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보통 60만원대 중반. 30만원 가량만 부담하면 미니 패널을 설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아낄 수 있는 전기료는 한 달에 많게는 1만7000원 가량. 특히 전기 사용량이 많은 한여름과 한겨울에 누진요금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김동호 서울시 녹색에너지과 주무관은 “6월 한달 동안 3000가구로부터 신청이 들어왔고, 8월까지 8000가구의 신청을 받는 것이 목표”라며 “월 301~400㎾ 정도의 전력을 쓰는 가정은 누진요금을 절감할 수 있어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폐타이어 활용한 조리기도 나와
옥천군 금구리의 빌딩주 류씨처럼 태양열 발전 설비를 직접 제조하는 경우도 있다. 배관공 출신인 류씨는 10년 전 우연히 중국에서 개발된 온수기 제작 방식을 알게 됐다. 이때 자체 제작한 온수기로 난방비를 크게 아꼈고, 올해부터 빌딩을 신축하면서 본격적으로 온수기 보급 사업을 시작했다.

요청이 들어오면 온수기를 제작해 팔기도 하고, 원하는 이들에게는 세미나를 열어 무료로 기술을 가르쳐준다. 류씨는 “경북 울진군의 의뢰로 지역 해수욕장의 샤워시설에 온수기를 설치하기로 했다”며 “태양광 패널은 전기를 생성하지만, 진공유리관은 온수를 만들어 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싼 장비 없이 아이디어로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발명품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기자가 직접 실험해 본 타이어 조리기가 대표적이다. 자동차 폐타이어 안쪽에 신문지를 구겨 넣고, 가운데 둥근 구멍에 데울 음식을 넣은 뒤, 투명 아크릴판으로 구멍을 덮는다. 15분 정도만 햇볕을 쪼여도 피자 치즈가 녹을 정도로 내부 온도가 올라간다. 안 쓰는 화분으로 만드는 간이 냉장고도 효과 만점이다. 크기가 다른 화분 두 개를 겹치고 사이 공간을 모래로 채운다. 모래에 물을 붓고 젖은 헝겊으로 화분을 덮어주면 기화열에 의해 내부 온도가 서늘하게 내려간다. 실제로 최고 온도가 31도까지 치솟은 한여름 낮에 화분 냉장고 내부 온도는 21도까지 내려갔다.

네덜란드와 영국 등에서 실용화된 ‘돛단 자전거’. 시속 45㎞의 속력까지 가능하다.
해외에서도 에너지 자립족들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가 없는 남미 페루의 한 마을에선 환경 운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보급한 비전력 세탁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페달을 밟으면 내부 통이 회전하면서 빨래를 헹구고 짜준다. 바람이 많은 네덜란드와 영국엔 바람자전거가 있다. 자전거에 돛이 달려있어 최고 45㎞/h의 속력을 낸다. 석유 한 방울 쓰지 않고 자동차에 뒤지지 않는 속력으로 이동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화석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단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내려가 화석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또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노력을 번거롭다기보다 뿌듯하게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경종민 카이스트대 전자전산학과 교수는 “기존엔 에너지를 직접 만들기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어 환경에 엄청난 관심이 있는 이들만 이런 노력을 실천했다면, 최근엔 인터넷을 통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소개돼 장벽이 없어졌다”며 “조만간 환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돈을 아끼기 위해 너도나도 에너지 자립족이 되는 시대가 올 걸로 본다”고 말했다.

박종화 인턴기자 hjmh79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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