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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기자, 에너지 자립족들 만나보니
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태양과 바람 등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에너지를 직접 만들어 쓴다. 신재생 에너지 설치 비용이 내려가면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주택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본격적인 장비를 갖추지 않더라도 각종 아이디어 상품으로 쏠쏠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이들도 많다. 에너지 자립족들을 찾아 에너지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알아봤다.
누진요금 걱정 없애는 ‘아파트 태양광’
태양광은 최근 가장 각광받는 신재생 에너지원이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발전된 전기로 전력을 충당해 전기료를 낮출 수 있다. 최근 들어 보급도 크게 늘었다. 2007년만 해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집은 전국 9226가구에 불과했었는데 올 6월 기준 약 17만 가구나 된다. 이런 급증세는 패널 단가가 내려간 덕분이다. 2008년에는 4인 가족 평균 용량인 3㎾ 패널을 설치하는 데 2200만원이 들었다. 당시 정부에서 설치비의 3분의 2를 보조해줬지만 각 가정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8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패널가격 하락으로 설치비는 900만원까지 내려갔다. 정부 보조금이 300만원으로 줄었지만 본인 부담금은 600만원으로 오히려 더 적어진 셈이다.
충남 공주의 단독주택에 사는 김혜경(40)씨도 올 1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장비를 모두 중고로 구입해 설치비를 450만원으로 아꼈다.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전력에 낸 전기료는 33만1580원. 지난해 같은 기간(74만2460원)보다 41만880원을 아꼈다. 김씨는 “전기를 펑펑 썼는데도 5년이면 투자 비용을 모두 회수할 것 같다”며 “누진요금 걱정이 없어 여름에 에어컨 켜기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발전 설비를 설치할 공간이 없어 “재생 에너지 활용이 어렵다”고 여겨지던 아파트에까지 태양광 에너지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소규모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설치비의 50%를 지원해주는 ‘미니 태양광 보급사업’을 시작했다.
200W 남짓한 용량의 패널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보통 60만원대 중반. 30만원 가량만 부담하면 미니 패널을 설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아낄 수 있는 전기료는 한 달에 많게는 1만7000원 가량. 특히 전기 사용량이 많은 한여름과 한겨울에 누진요금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김동호 서울시 녹색에너지과 주무관은 “6월 한달 동안 3000가구로부터 신청이 들어왔고, 8월까지 8000가구의 신청을 받는 것이 목표”라며 “월 301~400㎾ 정도의 전력을 쓰는 가정은 누진요금을 절감할 수 있어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폐타이어 활용한 조리기도 나와
옥천군 금구리의 빌딩주 류씨처럼 태양열 발전 설비를 직접 제조하는 경우도 있다. 배관공 출신인 류씨는 10년 전 우연히 중국에서 개발된 온수기 제작 방식을 알게 됐다. 이때 자체 제작한 온수기로 난방비를 크게 아꼈고, 올해부터 빌딩을 신축하면서 본격적으로 온수기 보급 사업을 시작했다.
요청이 들어오면 온수기를 제작해 팔기도 하고, 원하는 이들에게는 세미나를 열어 무료로 기술을 가르쳐준다. 류씨는 “경북 울진군의 의뢰로 지역 해수욕장의 샤워시설에 온수기를 설치하기로 했다”며 “태양광 패널은 전기를 생성하지만, 진공유리관은 온수를 만들어 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싼 장비 없이 아이디어로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발명품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기자가 직접 실험해 본 타이어 조리기가 대표적이다. 자동차 폐타이어 안쪽에 신문지를 구겨 넣고, 가운데 둥근 구멍에 데울 음식을 넣은 뒤, 투명 아크릴판으로 구멍을 덮는다. 15분 정도만 햇볕을 쪼여도 피자 치즈가 녹을 정도로 내부 온도가 올라간다. 안 쓰는 화분으로 만드는 간이 냉장고도 효과 만점이다. 크기가 다른 화분 두 개를 겹치고 사이 공간을 모래로 채운다. 모래에 물을 붓고 젖은 헝겊으로 화분을 덮어주면 기화열에 의해 내부 온도가 서늘하게 내려간다. 실제로 최고 온도가 31도까지 치솟은 한여름 낮에 화분 냉장고 내부 온도는 21도까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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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화석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단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내려가 화석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또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노력을 번거롭다기보다 뿌듯하게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경종민 카이스트대 전자전산학과 교수는 “기존엔 에너지를 직접 만들기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어 환경에 엄청난 관심이 있는 이들만 이런 노력을 실천했다면, 최근엔 인터넷을 통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소개돼 장벽이 없어졌다”며 “조만간 환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돈을 아끼기 위해 너도나도 에너지 자립족이 되는 시대가 올 걸로 본다”고 말했다.
박종화 인턴기자 hjmh794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