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간디의 자립 정신에 뿌리 … 몽골·아프리카 오지서 실험 활발

중앙선데이 2014.08.03 00:59 386호 14면 지면보기
콜롬비아의 오지 아이피르 마을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평균 기온은 45℃. 이 곳 사람들은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게 소원이다. 어느 날 ‘바이오 쿨러(Bio Cooler)’라 불리는 화분 모양의 냉장고가 마을에 들어왔다. 냉장고 위 식물에 물을 주면 냉장고 안 음료가 시원해진다. 물이 증발하면서 주위의 열을 빼앗아가는 원리를 활용했다. 코카콜라는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기뻐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담아 광고를 만들었다. 광고의 제목은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 첨단 기술이 아니어도, 돈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사람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가리킨다.

적은 비용으로 이로움 주는 ‘적정기술’은

적정기술은 환경 운동가들 사이에서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단어다. 저탄소 에너지는 엄청난 기술과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선입견을 깨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햇빛이나 바람 등 재생 에너지 자원을 활용해서 ▶적은 비용으로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술을 통칭한다.

운동가들은 적정기술의 뿌리를 인도의 스와데시(Swadeshi) 운동에서 찾는다. 마하트마 간디가 주도한 이 반영 운동은 “외부 의존도를 높이는 대신 스스로 자립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역 발전이 된다”는 철학에 기반한다. 이 개념을 현대화시킨 건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다. 자신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제 3세계의 빈곤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중간 기술(Intermediate Technology)’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자본집약적 첨단 기술이 환경 오염이나 사회 양극화같은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주장한 그는 “간단한 생산 기술로 현지의 원자재를 사용해 지역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제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도 ‘적정기술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가 있다. 캄보디아 과학기술대학교 김만갑 교수다. 그가 몽골 유목민들을 위해 개발한 난방기 ‘지세이버(G-Saver)’가 대표적이다. 몽골의 텐트식 전통가옥 게르는 내부에 열이 보존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난로는 연료를 아무리 써도 내부 온도를 지속적으로 높여주지 못한다. 지세이버는 열을 난방기 안에 저장한 뒤 이를 수시로 역류시킨다. 연료 소비량을 4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 그가 개발한 정수장치 ‘더블유세이버(W-Saver)’도 적정기술을 이용했다. 3중 필터로 물 속 오염 물질이 상당 부분 제거된다. 정수탱크가 필요 없어 탱크 속에서 일어나는 2차 오염도 막을 수 있다.

해외에서도 적정기술 실험이 지속되고 있다. 무거운 물동이를 지고 다니는 아프리카 주민들을 위해 개발된 굴리는 물통 ‘큐 드럼(Q-Drum)’이나 A형 간염이나 노로바이러스 등 물 속 바이러스의 98.2%를 제거해주는 빨대형 정수기 ‘생명의 빨대(Life Straw)’, 빛이 들지 않는 집에서 물이 담긴 페트병을 지붕에 꽂아 태양광을 산란시켜 조명처럼 쓰게 만든 ‘페트병 전구’ 등이 대표적이다.

박종화 인턴기자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