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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聚同化異<취동화이>

중앙선데이 2014.08.03 02:23 386호 27면 지면보기
구동존이(求同存異). ‘공통점은 추구하고 차이점은 남겨두다’란 말이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만들었다. 1965년 3월 23일자 인민일보 1면에 처음 실렸다. 중국공산당이 소련공산당 흐루쇼프 서기장의 수정주의에 맞서 노선의 다름을 강조한 말이다.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의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는 구절에 기반했다. 저우 총리가 여기에 유물변증법과 통일전선술을 녹여냈다. 이후 중국의 전통적인 외교전략이 됐다.

취동화이(聚同化異). ‘공통점은 취하고 차이점을 바꾸다’란 뜻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대만판공실 주임 시절에 만들었다. 2009년 6월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화교(華僑) 리셉션을 열고 “양안(兩岸) 교포는 ‘구동존이’뿐만 아니라 ‘취동화이’를 쟁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취동화이를 자주 사용한다. 지난달 4일 서울대 강연에서 수교 이래 한·중 양국이 견지한 큰 원칙으로 ‘상호존중·신뢰, 취동화이’를 들었다. 9일 미·중 경제전략대화 개막식에서는 “중·미 쌍방은 상호존중·취동화이를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동화이(求同化異). ‘취동화이’와 뜻이 같다. 한국서 만들었다. 2010년 12월 16일 외교안보연구원 중국연구센터 출범식에서다. 김성환 당시 외교통상부장관은 “한·중 양국 관계는 구동존이 수준을 넘어 서로 이견이 있는 부분까지 공감대를 확대하는 구동화이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왕이가 ‘취동화이’를 처음 제안하자 당시 대만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만 연합보는 “양안 사이에 존재하는 맹점(盲點)부터 제거한 뒤, 인내·지혜·실질을 갖춘 준비가 먼저”라며 ‘화이(化異·차이점을 바꾸다)’를 유보했다. 한국은 반대다. 숙고보다 동조하는 모양새다. ‘화이’는 상호작용이다. 체제·이념의 차이를 우리가 ‘화이’ 할 수 없다. ‘존이(尊異)’면 충분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칼럼 ‘덴세이진고(天聲人語)’는 우경화(右傾化)가 본격화된 2012년 세모(歲暮)에 이렇게 적었다. “이 겨울의 일탈은 훗날의 역사가가 검증할 것이다. 최후에 나라를 구하는 것은 액셀러레이터가 아니라 브레이크라고 가르치고 있다.” 국제관계에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지혜가 필요하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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