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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전략·메시지 ‘3無’ 안철수 … “아마추어 리더십 한계”

온라인 중앙일보 2014.08.03 03:25



[7·30 재·보선 리뷰] 참패 충격에 휩싸인 새정치연합











새정치민주연합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7·30 재·보선에서 11대 4로 참패하면서다. 텃밭인 호남에서도 졌다. 야권후보 단일화도, 정권 심판론도 백약이 무효였다. 오히려 무원칙 공천 논란에 자중지란을 거듭하며 선거 프레임조차 세우지 못했다. “민심이 야당을 버렸다”는 냉혹한 평가마저 나온다.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적잖다.



선거 이튿날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패배의 책임을 지고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동반 사퇴했다. 3월 26일 당 대표 취임 후 넉 달 만이다. ‘새 정치’의 상징이었던 그가 이렇게 빨리 정치 일선에서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런 만큼 그의 퇴진은 정치권에서 숱한 뒷얘기를 낳고 있다. 도대체 ‘당 대표 안철수’는 어떤 정치인이었으며, 무엇이 부족해 몇 차례 고비도 넘기지 못한 채 좌절할 수밖에 없었을까.





안철수 전 공동대표


“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르더라”

“아마추어의 한계를 끝내 넘지 못하더라.”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안철수의 퇴진에 대해 “야권의 소중한 자산인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냉정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르더라.”



정치력 부재에 대한 이 같은 평가는 이미 당내에 폭넓게 퍼져 있었다. 의원들의 지적은 크게 스킨십·전략·메시지 등 ‘3무(無)’ 리더십으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정치는 사람이고 조직이다. 나홀로 정치는 성공하기 힘들다. 당내에서든, 여야가 맞붙는 선거에서든 자기를 지지해줄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함께 뒹굴며 땀을 나누는 스킨십이 필수다.



그런데 안철수는 지난 넉 달간 당내에서 자기 사람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당시 당내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합당 이후 안 전 대표는 얼마든지 의원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사실상 ‘노마크 찬스’였다. 의원들도 대부분 지지도 1위를 달리는 그에게 기꺼이 마음을 열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기다려도 연락이 없더라.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낯설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소통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호남의 한 초선 의원도 비슷한 말을 한다. “안 전 대표가 몸을 낮춰 의원들과 대화하고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당찬 리더십을 보여줬으면 조금 어눌하더라도 의원들이 흔쾌히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정치권을 구태의연하다고 치부하며 거리를 두려는 모습에 하나가 되긴 쉽지 않겠다 싶었다.” 실제로 합당 후 ‘안철수 사람’이 된 옛 민주당 출신 의원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당내에선 ‘CEO형 리더십’에 익숙한 그가 정치권의 수평적 의사결정 시스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너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 기업의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와 달리 각 계파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정당에서는 설득과 스킨십이 필수적인데 이를 매우 어색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학습능력이 뛰어나 최근엔 현실정치에 꽤 적응했다 싶었는데, 좀 더 내공을 쌓을 틈도 없이 두 차례의 큰 선거를 치러야 했던 게 불운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략 없는 리더십이란 비판은 ‘새 정치’를 표방하고 나선 그에겐 더욱 뼈아프다. 비전이 모호하다는 지적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 대선 때부터 전략 부재 논란에 시달렸다. 당시 국회의원 정수 축소 공약을 내걸자 진보진영에서조차 “선거구제 개편이 핵심인데 정치의 표피만 보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6·4 지방선거 때도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을 내걸었다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거센 저항에 부딪혀 결국 철회했다.



원내대표실의 한 당직자는 “이번 재·보선 때도 김 전 대표와 옛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끌려다니기만 할 뿐 무엇 하나 자신만의 공세적 어젠다를 기획해내지도,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내지도 못하더라”며 “공천 논란에 대해서도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는 말만 반복해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재·보선 전략 수립에 관여했던 한 의원도 “새누리당은 환갑이 지난 당 대표가 빨간색 카우보이 모자에 흰색 반바지까지 입고 ‘혁신작렬’을 외치는데 우리 지도부가 한 거라곤 수원에 천막을 친 것뿐”이라며 “아무런 프레임도 없이 선거를 치르다가 새누리당이 막판에 경기부양 카드를 내걸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며 당혹해하는 모습만 보였다”고 말했다. 초선인 황주홍 의원도 “선거를 앞두고 당직자들을 만났는데 유병언 시신 바꿔치기 의혹만 제기하더라”며 “전략 싸움에서 이길래야 이길 수 없는 선거였다”고 꼬집었다.



무원칙 공천 논란은 안철수 리더십에 치명타를 가했다. 그와 가까운 조경태 전 최고위원도 “결국 헌 정치보다 더한 헌 정치를 보여준 셈”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특히 TV 카메라 앞에서 공천을 놓고 멱살잡이를 하는 야당의 모습이 세월호 참사도, 박근혜 정부의 인사 실패도 덮어버렸다는 지적이 적잖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민은 오른쪽이 가려운데 왼쪽만 긁어준 선거”라며 “박 대통령의 인사를 그렇게 비판하더니 본인들도 똑같이 인사에 실패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메시지 부재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전직 최고위원은 “정치는 메시지가 핵심인데, 세월호 참사 이후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전 대표의 발언이 거의 이슈가 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며 “이는 정치의 포인트를 어떻게 잡고 대처해야 할지 그에게 조언해주는 책사도 우군도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조기 전대 대신 내년 초까지 비대위 가닥

리더십 논란에 뒤이은 재·보선 참패는 안철수의 지지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리얼미터가 7월 31일부터 8월 1일까지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안 전 대표는 9.0%로 김무성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의원, 정몽준 전 의원에 이어 5위로 밀려났다. 지난 1월 말의 25.1%에 비해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문제는 스킨십·전략·메시지 등 안철수의 ‘3무’가 새정치연합의 ‘3무’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합당 후 넉 달이 지났는데도 당의 중추기관인 중앙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게 새정치연합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보선 참패를 딛고 계파 갈등을 극복해낼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의 확립이 시급하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정치 경력 2년에 당 대표만 7명”이라는 김광진 의원의 탄식이 상징적이다.



당 주변에선 ‘재건축론’이 힘을 얻고 있다. 잿더미 속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밑바닥부터 바꿔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인구 구성, 사회구조, 미디어 환경, 프레임 대결, 선거 수행 능력 등에서 여당이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이런 환경에서 야당의 살 길은 뭔지에 대한 성찰적 진단이 따라야 할 때”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재선 의원들과 모임을 갖고 향후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그런 가운데 박영선 원내대표는 1일 상임고문단과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간담회를 한 데 이어 2일에도 초·재선 의원들과 잇따라 모임을 열고 당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조기 전당대회 대신 내년 1~3월 중 정기 전당대회를 치르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새정치연합은 4일 의원총회를 열고 전대까지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을 누구로 할지, 역할은 어디까지로 할지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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