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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사단 윤 일병 구타사망 사고의 진상

중앙일보 2014.08.01 11:05


















 

4월 병영 내 생활관에서 음식을 먹다가 선임병사 4명에게 구타당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28사단 윤 모 일병 사건에는 보다 끔찍하고 심한 가혹행위가 숨겨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군인권센터가 긴급발표를 통해 공개한 조사 내용에 따르면 윤 일병은 평소 ”말이 느리고 행동이 굼뜨다"는 이유로 입대 후 매일 각종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려왔다.



윤 일병이 맞아서 다리를 절뚝거리면 다리를 전다는 이유로 또 폭행했고, 계속된 폭행에 쓰러지면 포도당 수액 주사를 놓아 기운을 차리게 한 뒤 다시 구타를 시작했다.



심지어 부대 간부도 가담했다. 병사들의 건강을 돌보는 의무지원관인 A 하사는 평소 선임병들의 폭행을 보고도 묵인하는가 하면 오히려 폭행에 가담해 윤 일병을 직접 구타하기도 했다.







또한 개 흉내를 내게 강요하면서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아 먹게 하는가하면 극심한 고통을 느끼도록 성기에 강제로 안티 프라민을 바르기도 했다. 윤 일병 외에도 일부 후임병들에게는 새벽 3시까지 ‘기마 자세’로 얼차려를 시킨 뒤 잠을 재우지 않는 ‘취침 통제’를 가하는가 하면 치약 한 통을 강제로 먹이고, 드러누운 얼굴에 1.5리터 물을 들이부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군인권센터가 발표한 조사 내용에 따라 윤 일병이 사망하게 된 사건이 벌어진 4월 5일의 상황은 이렇다.

점호가 끝난 밤 9시 45분 무렵 이 모 병장은 윤 일병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폭행은 새벽 2시까지 이어졌으며, 다른 3명의 선임병은 망을 보거나 윤 일병의 팔을 붙잡았다.



때리다 지친 이 병장은 윤 일병에게 ‘잠들지 말라’고 지시했고, 이튿날인 6일 오전 7시 30분경 이 병장은 폭행을 다시 시작했다. 윤 일병이 지시를 어기고 잠을 잤다는 이유였다. 오전 10시에는 침대 밑으로 가래침을 두 차례 뱉으면서 핥아 먹게했고, 오후 3시 30분부터는 냉동만두와 치킨을 함께 먹다가 ‘쩝쩝거리며 먹는다’는 이유로 윤 일병의 가슴과 턱,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배를 맞은 윤 일병의 입에서 음식물이 튀어나오자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핥아 먹게 했다. 선임병들은 엎드려 뻗쳐를 시킨 상대에서 폭행을 계속했다. 오후 4시 30쯤 윤 일병이 오줌을 지리며 쓰러지자 꾀병을 부린다며 선임병들은 뺨과 가슴, 배 부위에 구타를 멈추지 않았다.



쓰러진 윤 일병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이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선임병들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고 연천의료원과 국군양주병원을 거쳐 의정부 성모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다음 날인 4월 7일 사망했다.



가해자들의 뻔뻔스런 행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구타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윤 일병을 후송한 연천의료원 주차장에서 ‘윤 일병이 음식을 먹고 TV를 보다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증언하기로 입을 맞췄다. 또한 부대에 남아 있던 지 모 상병에게는 함구령을 내렸다. 윤 일병이 사망한 날에는 윤 일병의 관물대를 뒤져 수첩 2권의 일부를 찢어서 버리기도 했다.



2013년 입대한 윤 일병은 2월 자대배치를 받은 뒤 3월 3일부터 사망하기 전날까지 거의 매일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한다. 외부에 누설할 것을 우려했던 가해자들은 기독교 신자인 윤 일병이 일요일에 교회에 가는 것도 막았으며 윤 일병이 점수가 부족하다며 가족 초청 운동회에서 가족 면회도 할 수 없도록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일부 간부들은 나이가 많은 병사들에게 ‘형’이리고 부르는 등 부대 관리도 엉망이어서 이런 행위가 지속될 수 있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육군은 관련자들을 전원 구속수사해 군 검찰에 넘겼다. 군 검찰은 이들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현재 28사단 군사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해당 부대의 대대장과 중대장을 보직 해임한 뒤 정직 처분을 내렸다.



유가족 측은 폭행에 가담한 관련자들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이에 대해 육군 측은 “군 검찰이 ‘심각한 수준의 가혹행위는 인정되지만 윤 일병을 살해하려는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유성운 기자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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