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진화 멈춘 '갈라파고스 야당'

중앙일보 2014.08.01 01:39 종합 1면 지면보기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왼쪽)·안철수 공동대표가 31일 7·30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두 대표가 이날 국회를 떠나고 있다. 김 대표는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졌다. 물러나겠다”고 밝혔으며, 안 대표는 “평당원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당분간 박영선 원내대표가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을 이끈다. [오종택 기자], [뉴스1]


1859년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진화론을 발표했다. 남태평양에 고립된 ‘갈라파고스’ 섬의 동식물을 연구한 게 진화론의 뿌리다. 한국 정치에도 갈라파고스 섬이 있다. 변하지 않고 고립돼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다.

● 지역주의에 갇혀 쇄신 외면 ● 심판론만 외치고 민생엔 무능 ● 운동권 체질 안 바꿔 강경파 득세
제1야당 이대로 안 된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대화한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취임한 뒤 활용도가 높아졌다. 문제는 소통 방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초선 의원은 “카카오톡 대화의 80% 이상은 강경파라고 불리는 소수 의원들”이라며 “이들은 지도부에 대해 노골적인 공격을 취한다”고 말했다. 그래선지 31일 사퇴한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는 대화방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중도·실용파 의원은 침묵한다. 말을 잘못했다간 집중 공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은 호도된다. 또 다른 의원은 “일부 강경파가 의견을 올리면 20여 명이 우르르 달려들어 말을 보태면서 이게 전체 여론으로 보이게 한다”며 “그러면 강경파들은 자기들 주장을 전체 여론으로 확대해석해 보다 더 강경론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국면에서도 ‘카톡 정치’는 강경론을 강화시켰다. 7·30 재·보선이 진행되는 내내 세월호특별법 통과와 유병언 변사체 발견 등에 대한 ‘정부심판론’이 사라지지 않았던 배경이다. 지도부가 “정부심판론을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심판론은 강경파들에게 일상용어가 된 상태였다. 심지어 선거기간 중 김한길 대표가 “기자들에게 제발 정권심판론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라”고 당부한 일도 있을 정도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타적인 지역구도에 안주한 이분법적 논리도 변하지 않았다. 당내 여러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남 순천-곡성에 서갑원 후보를,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후보를 공천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원은 “선거 직전 내 눈을 의심케 할 만큼 순천에서 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봤다”며 “하지만 의원들은 ‘설마 지겠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정작 순천에선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웬 세월호 타령만 하느냐”는 민심이 들끓었는데 새정치연합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새정치연합은 선거에 지면 지도부 총사퇴→비대위 전환→혁신기구 출범으로 이어지는 ‘위기극복 매뉴얼’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당은 변하지 않았다. 당내 486계보의 중심인물인 우상호 의원은 “이번에도 과거처럼 혁신기구를 만들어 ‘뼈를 깎는 쇄신’을 한다면서 이벤트성 시늉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진짜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못하면 국민 신뢰를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 때마다 당의 하부기반을 넓히고 국민과 당의 소통을 확대하는 방안의 개혁안을 제출했지만 매번 묵살당했다”고 비판했다.



불리할 때마다 합당으로 몸만 불려온 것도 반복돼온 역사다. 2000년대 들어 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민주당→민주통합당을 거쳐 다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당명이 바뀌면서 외부세력을 영입했다. 486운동권, 한나라당 개혁파, 시민사회 단체 등이 합류하며 겉모습은 바뀌었다. 하지만 근본은 그대로다. 의원부터 보좌관까지 전대협 출신의 운동권 일색이라 새로운 생각이 파고들기 어려운 구조다. 안철수 대표, 손학규 고문 같은 기대를 모으던 외부 인사들은 ‘정체성’을 의심받았다. 통합 이후엔 새로 진입한 외부세력에게 배타적으로 대하니 야당만 들어오면 ‘그 나물의 그 밥’으로 변하곤 했다.



 정치 지형은 변했는데 과거에 안주한 결과가 선거참패다. 2012년 총선과 대선, 6·4 지방선거와 이번 재·보선의 성적을 합하면 1무 3패다. 매번 “절대로 질 수 없는 선거”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4연패였다. 김영환 의원은 “이제 더 이상 외부에서 끌어들일 세력도 없어졌다”며 “당의 노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자강불식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정부가 아닌 야당을 심판한 국민 판단을 읽지 못하고 그냥 넘어간다면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대안세력이 되려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태화 기자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