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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통 시신' 부자관계 아니었다 … 잠적 여주인 추적

중앙일보 2014.08.01 01:15 종합 10면 지면보기
지난달 29일 경기도 포천의 한 빌라 고무통에서 발견된 시신 2구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발견된 시신 상태가 엽기적인 데다 시신이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어서다. 집주인 이모(50·여)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다. 경찰은 31일 이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창원 사는 큰아들, 경찰과 통화
부패상태 달라 사망시점 다른 듯
여주인, 시신 발견된 날도 출근

 경찰은 당초 빌라 안방에서 이씨의 남편 박모(51)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시신을 박씨와 큰아들(28)로 추정했다. 치아 상태가 50대와 20대인 데다 가족관계등록부와 전출입기록에서 박씨의 가족관계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31일 큰아들이 경남 창원시에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들은 경찰과의 통화에서 “어머니와 같이 살다가 2년 전 나와 살았고 이후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아버지는 10여 년 전 집을 나가 어머니와 별거 상태로 역시 연락하지 않고 살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날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신원 확인을 위한 DNA 분석과 부검을 의뢰했다. 분석에는 5일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시신 부패 상태가 서로 다른 점으로 미뤄 두 사람의 사망 시각이 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씨를 찾아야 사건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약 16년 전부터 이곳에서 산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에 몇 년 강원도 철원지역으로 이사를 간 적이 있으나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달 29일 인근 과자공장에 정상 출근했다. 이날 밤 집에서 시신이 발견됐지만 이씨는 귀가하지 않았다. 다음 날 오전 8시30분쯤 직장 동료의 차를 얻어 타고 포천시 신북면사무소 앞에 내렸다.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 이씨의 휴대전화 마지막 발신지는 포천시내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시신 발견 등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본 뒤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배터리를 빼고 달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와 박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은행 계좌 등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시신은 포천시 신북면 이씨의 빌라 방 안에 있던 붉은색 고무통 안에서 발견됐다. 높이 80㎝, 지름 84㎝의 고무통은 주로 김장할 때 쓰는 것이다. 고무통은 두꺼운 이불로 덮여 있었다. 고무통 윗부분에서 발견된 50대 시신의 얼굴에는 랩이, 목에는 스카프가 감겨 있었다. 아랫부분에 있던 또 다른 시신의 머리에는 주방용 투명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었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TV가 켜져 있던 큰방에서는 영양실조 상태의 8세 남자아이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는 이씨가 다른 남자와 사이에서 낳은 아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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