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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옷·음식쓰레기까지 … 차에 싣고 와 버려요"

중앙일보 2014.08.01 01:12 종합 12면 지면보기
“분리수거요? 바라지도 않아요. 이렇게 쓰레기통 주변에 (쓰레기를) 모아주기만 해도 고맙지.”


[연중기획] 나보다 우리가 먼저
한강공원 미화원과 보낸 하루
밤샘 술판 뒷자리 그대로 방치
애완견 데려와 분뇨도 안 치워
왜 닭뼈를 변기통에 넣는지 …"

 지난달 30일 오전 6시30분 한강공원 뚝섬유원지역 2번 출구. 높이 1m, 가로 70㎝의 쓰레기통은 가득 차 있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들로 주변 2~3m 일대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했다. 치킨박스·맥주캔을 싼 봉지, 반쯤 파 먹다 남겨 악취를 풍기는 수박, 반쯤 남은 콜라 페트병…. 구성원(65)씨는 “여름철엔 이쯤만 돼도 양호한 편”이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쓰레기를 수거용 전동차에 담기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한강 뚝섬지구 청소본부 쓰레기집하장. 겨울철에 비해 찾는 시민들이 많아 쓰레기 양이 6~7배 늘어나는 여름철엔 분리수거 하는 데만 3~4시간씩 걸린다. [장련성 인턴기자]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구씨는 ‘한강 청소부’ 2년차다. 기자는 이날 뚝섬유원지역과 서울숲 구간 쓰레기통 20곳과 화장실 10곳을 청소하는 구씨의 하루를 동행 취재했다. 환경미화원의 눈으로 본 한강공원은 양심불량자들의 집합소 같았다. 11개 한강공원 관리구역 중 구씨가 일하는 뚝섬지구(서울숲~구리시 경계 한강둔치)는 쓰레기가 가장 많은 구역으로 꼽힌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강 전체의 쓰레기 양은 468t. 겨울철인 2월(75t)과 비교하면 7배로 늘어났다. 하루 수거되는 양만 10~20t에 달한다.



 오전 7시. 뚝섬유원지 음악분수 주변의 쓰레기통을 치우던 구씨가 검은색 비닐봉지 하나를 찾아 기자에게 건넸다. 들어보니 묵직했다. “이것 좀 봐요. 당근껍질하고 생선뼈 있잖아. 여기(한강공원)에서 먹은 게 아냐. 집에서 가져온 거지. 쓰레기봉투값이 얼마나 한다고….” 인근 주민들이 집에서 가져온 음식물 쓰레기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구씨는 노란색 스카치 테이프로 둘둘 말아놓은 옆 봉지도 가리켰다. 안에는 헌 옷가지와 집안 쓰레기 등이 가득했다.



 오전 9시30분. 구씨는 서울숲 주차장에 버려진 철제의자를 전동차에 넣었다. 캠핑용 의자가 아니었다. 집에서 처리하기 곤란한 가구를 버리고 간 것이다. 매일 이런 가구들이 버려진다고 한다. 구씨는 대기실 안에 있는 가구들도 모두 주워온 것이라고 했다. “아침에 차를 끌고 와서 주차장에 몰래 버리고 갑니다.” 10분 뒤 구씨는 수거용 전동차를 세웠다. 그는 “가장 큰 골칫거리가 저것”이라며 나무 뒤를 가리켰다. 지난 밤 시민들이 술판을 벌인 뒤 그대로 놔두고 간 자리였다. 신문지 주위로 막걸리통과 맥주캔, 건빵봉지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옆엔 담배꽁초 20여 개가 잔디밭에 버려져 있었다. 구씨는 “한강공원이 금연 지역은 아니지만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지 못하게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후 들어서도 청소는 이어졌다. 청소를 하고 있는 곳에서 불과 5m 정도 떨어진 곳에서 1m 크기의 진돗개가 용변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진돗개 주인인 70대 남성은 짐짓 딴 곳을 보는 척하다가 개를 끌고 그냥 자리를 떴다. “우리가 뻔히 보고 있는데도 안 치우고 가잖아요. 처음에는 ‘부탁드린다’고 말을 했는데 그러면 되레 화를 내요. 그냥 포기하고 치우죠.” 구씨는 한숨을 쉬었다. 애완견 분뇨는 한강지구 청소반장 7명이 가장 싫어하는 쓰레기 2위다. 1위는 집에서 가져온 음식물쓰레기, 3위는 국물 있는 배달 음식이었다. 음식물을 공원 일반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자체가 불법이다. 뒤이어 구씨는 서울숲의 한 화장실로 뛰어갔다. 시민들이 버린 나무젓가락에 변기가 막힌 것이다. 구씨와 함께 화장실을 청소한 이복일씨는 “젓가락이나 닭뼈를 왜 변기에 넣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대책은 무엇일까. 환경미화원들은 사실상 방치돼 있는 쓰레기 투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성 뚝섬지역 반장은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고 가거나 전단 뿌리는 것 등을 조금만 단속해도 연쇄효과가 나타나 쓰레기 양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인간이 있는 한 쓰레기는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버리는 쓰레기로 다른 이가 고통 받는다면 나 자신의 양심까지 함께 버리는 것 아닐까. 구씨의 청소 일을 지켜보는 내내 착잡함에 마음이 무거웠다.



이상화 기자·신중후(부산대 철학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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