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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할아버지의 참전 정말 자랑스럽다" 한국전쟁 되새기는 미국 젊은이들

중앙일보 2014.07.29 02:30 종합 14면 지면보기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한국전쟁 정전 61주년을 맞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의 알링턴 하얏트호텔 회의장. 60여 명의 젊은이 앞에서 몰레트 스테플러(19·여)가 63년 전 할아버지의 한국전 참전을 소개했다. 그는 “할아버지는 1951년 소총수 훈련을 받고 시애틀에서 요코하마로 이동한 뒤 다음 날 부산으로 건너가 며칠 만에 첫 전투를 치렀다”며 “오늘 나는 할아버지의 참전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스테플러는 “할아버지는 자신이 도왔던 한국이 어떻게 변했는지 직접 보고 싶어 한다”며 “나는 이런 할아버지를 영웅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는 한국전 참전 용사의 후손들이 선대의 참전을 기록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한국전쟁유업재단(이사장 한종우)이 주최하고 팬택씨앤아이가 후원했다.



 모건 카킥(21·여)이 뒤를 이었다. 생전 낚시를 좋아했던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여주며 카킥은 “할아버지는 전혀 알지도 못한 나라에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이들을 위해 싸웠다”며 “이를 깨달은 뒤 할아버지가 너무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를 통해 한국전쟁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끝났는지도 알게 됐다”며 “불행히도 모든 이가 한국전쟁을 아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27일 워싱턴 참전기록 워크숍에서 젊은이들이 “누가 영웅인가”라는 질문에 일제히 참전용사인 해리 베코프(80)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 한국전쟁유업재단]
 엘라이어스 셔헤이드(18)는 “우리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동상에 걸렸던 다리가 지금도 불편하다”며 “귀가 어두운 것도 그때 수류탄 폭발로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게 할아버지는 영웅이다. 남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 할아버지와 같은 분들의 희생을 한국 젊은이들도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할아버지는 (한국전 참전에 대해) 거의 얘기를 안 했다”며 “할아버지가 그렇게 어려운 전투를 치르며 부상까지 당했던 것을 이번에야 알았다”고 했다.



 고등학교 역사 교사인 서맨사 프레이저는 “미국 고교 교과서에서 한국전은 한두 쪽 분량으로, 베트남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학생들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알아도 한국전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전 분량을 더 늘려 그 의미를 자세히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행사를 지켜보던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딸 백남희씨는 “한국의 젊은 세대는 미국보다 위 세대의 희생을 더 기억할 것으로 믿는다”며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이를 평화롭게 마무리할 책임이 한국의 젊은 세대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종우 이사장은 “한국전쟁이 잊힌 전쟁이 되지 않도록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이를 전하고, 역사 교육에서 한국전쟁 대목을 늘리는 청원운동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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