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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봉제 놔두면 정년연장·통상임금 다 꼬인다"

중앙일보 2014.07.29 02:30 종합 19면 지면보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임금이 자동적으로 오르는 호봉제로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청업체 근로자의 소득격차 해소와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고용 현안을 풀기 위해선 임금체계부터 직무·역할급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김성룡 기자]
“호봉제 임금체계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 이걸 놔두고 정년을 60세로 늘리면 정년 전에 근로자가 여러 가지 이유로 조기 퇴출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기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했더니 거꾸로 절반 이상이 일터에서 쫓겨났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이다. 그는 “올 하반기 중으로 임금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를 내년 상반기에는 기업에 적용해 정년 60세 시대를 맞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다.


[이기권 노동장관 인터뷰]

 -통상임금 문제,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고용현안이 쏟아진 시점에 장관이 됐다.



 “엎질러진 물이다. 그걸 건너기가 너무 힘들고 책임감도 무겁지만 설렘도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장기적인 고용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임금체계 개편을 말하는 것인가. (이 장관은 평소 “1970~80년대 식의 임금체계를 확 바꾸지 않으면 고용시스템 전체가 글로벌 경쟁의 파고에 허물어질 수 있다”고 말해왔다.)



 “임금체계는 고용정책의 근간이다. 이를 바꾸지 않으면 고용시스템의 뿌리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정년연장법은 오래 일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임금체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임금체계를 바꾸라는 취지 아닌가.”



 -이미 법이 만들어져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노조가 호응하겠는가.



 “법 재개정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임금체계 개편은 의무라는 점을 노사가 인식해야 한다. 일본은 정년을 연장하도록 권고하는 정도지만 우리는 60세로 의무화했다. 혜택이 강하다면 전제조치(임금체계 개편)도 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취해져야 한다.”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호봉제로는 안 된다. 직무·역할급으로 가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정년연장, 통상임금 문제, 근로시간단축 등 모든 고용정책이 호봉제에 발목 잡혀 제대로 풀리지 않을 위험이 크다. 더불어 임금곡선을 생산성이 떨어지는 50대 중후반부터는 조금씩 줄어드는 형태로 고칠 필요가 있다.”(직무·역할급은 하는 일이나 역할, 성과, 생산성에 따라 임금이 지급되는 체계다.)



 -언제까지 바꾸겠다는 로드맵이 있는 듯 하다.



 “올 하반기에 기업과 노동계, 학자 등 여러 분들의 의견을 듣고 기업규모별, 산업별로 적정한 여러 형태의 임금모형을 만들어 제시할 것이다. 이를 정년연장 시행(2016년) 전인 내년 상반기까지는 적용해야 할 것 같다.”



 -평소 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2~4차 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소득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 원청업체가 최소한 협의체를 구성해 그들의 고충을 수렴했으면 한다. 1차 협력업체가 2~4차 협력업체에 재하청주면서 마구잡이로 후려치지 않는지, 성과가 그들에게 골고루 배분되는지를 관리해줬으면 한다. 그건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 그럴 경우 노조가 “원청이 개입했다”며 하청업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하지 않겠는가.



 “효율성을 높이고, 하청업체 근로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을 개입이라고 하면 안된다. 원청의 개입여부는 ‘노무관리’와 같은 쪽으로 국한해서 봐야 한다. 특히 일자리를 줄이거나 기업이 직접 고용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면 곤란하다.”



-대·중소기업 간 초임 차이가 너무 크다. 출발부터 이러면 아무리 정책이 좋아도 격차해소가 어렵지 않겠는가.



“대기업이 자사의 이미지를 높이려 임금을 너무 높인 경향이 있다. 대기업과 2~3차 협력업체의 임금수준을 비교했으면 한다. 대기업 노조도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그 혜택이 하청업체로 흘러들 수 있도록 전향적인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시간제 일자리의 질이 나쁘다는 지적이 많다.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꿔야 한다. 신규채용형 대신 전환형이 바람직하다. 풀타임으로 근무하다 육아나 간병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시간제로 전환하고, 다시 풀타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연한 근로시간 조정체제를 채택하는 게 맞다. 갈수록 부부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인력구조가 변하는 만큼 기업도 이에 맞춰야 할 것으로 본다. 탄력적 근로와 같은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제도의 방향을 틀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은 현실화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적용이 되어야 할텐데.



 “임금은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사용자들이 생각해야 한다. 임금체불이 많은 것은 이런 생각이 옅어서 인 것 같다.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엄격히 법집행을 할 것이다.”



글=김기찬 선임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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