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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골든타임 30분 … 산의 눈물·울음소리로 미리 안다

중앙일보 2014.07.29 01:32 종합 16면 지면보기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사태가 27일로 발생 만 3년을 넘겼다. 22~26일 서울에는 닷새 연속 비가 내렸다. 강수량은 181.5㎜였다. 2011년 같은 기간의 강수량(211㎜)과 엇비슷했다. 다행히 3년 전과 달리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피해를 우려한 사람도 있었다. 화성에 로봇을 보내고 인간 줄기세포를 복제하는 시대에 원시적인 산사태 피해를 첨단 과학기술로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궁금한 화요일] 우면산 사태 3년, 예보의 과학



 산사태는 빗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흙이 산비탈로 쏟아져 내리며 발생한다.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국립산림과학원은 2012년 산사태 위험지도를 새로 제작했다. 주의보·경보 모델도 업그레이드했다.



 산사태 지도는 산사태를 일으키는 9개 요인을 골라 따진다. 숲의 모습, 나무 지름, 산비탈의 경사·방위·길이·곡률, 모암(母巖)의 종류, 흙의 깊이, 지형습윤지수(TWI)다. 여기에 과거 산사태 기록을 가중치로 매겨 산사태 발생 가능성을 1등급(매우 높음)~5등급(없음)으로 표시한다. 산사태 주의보·경보는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발령된다. 과거 비가 온 기록과 지질성분(화성암·변성암·퇴적암)을 기준으로 한다. 권역별로 흙이 머금을 수 있는 빗물의 양(토양함수지수)을 따진 뒤 기상청 동네예보(전국을 5㎞×5㎞ 격자로 나눠 12시간 강우량을 한 시간 단위로 예측)가 지수의 80%에 도달하면 주의보, 100%가 되면 경보를 발령한다. 산사태 위험지도와 위험예측 정보는 산림청 산사태 정보 시스템(sansatai.forest.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7월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서울 우면산의 모습. 이 사고로 16명이 숨졌다. [중앙포토]


 하지만 현재 운용 중인 이런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다. 산사태를 일으키는 수많은 직간접 요인 중 일부만 골라 영향을 따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위험등급 지역에 같은 양의 비가 와도 산사태가 발생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안전한 곳이 있다. 또 같은 지역이라도 때에 따라 산사태가 나기도 하고 안 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산사태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못되는 형편이다.



 과학계에선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KAIST·안동대·부경대 등 5개 기관 공동 연구팀은 2012년부터 산사태 실시간 예측·대응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시스템보다 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더 정밀한 모델을 만들어 2017년까지 실시간 예·경보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우면산 등 전국 산지의 자료 조사를 끝내고 최근 경기도 용인과 강원도 춘천을 ‘테스트 베드(test bed·시험 대상)’로 선정했다. 실제 자연환경에서 예측모델 실험 등을 하기 위해서다. 세부 과제 책임자인 부경대 김윤태 교수는 “현재 국내 산사태 예측기술은 선진국의 70~80% 수준”이라며 “기술 개발이 끝나면 기존 시스템의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과학원도 자체 신기술을 개발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산사태 무인 원격 감시시스템’이다. 산사태 위험지역에 온도·음향·수분·간극수압 센서 등을 설치해 산사태 ‘징조’가 확인되면 발생 30분 전에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연말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에 2곳, 2016년에 4곳 등 2017년까지 모두 10개 지역에 시범 설치할 예정이다. 성능이 입증되면 전국 각지에 확대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산사태 위험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자신이 있는 곳의 안전을 확인하고 가까운 대피소까지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산지 토사재해 경계피난 시스템’도 연말까지 개발을 끝낼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신기술에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산사태 전문가인 서울시립대 이수곤(토목공학과) 교수는 연구의 바탕이 되는 지도의 정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쉽게 말해 ‘눈금’이 성글다는 것이다. 가령 국내 지형도·임상도는 1대 5000 축척이지만 산림입지도는 가장 정밀한 것이 1대 2만5000 축척, 지질도는 1대 5만 축척이다. 이 교수는 “도시지역의 경우 1대 2만5000 축척 지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홍콩에선 진작부터 1대 2500 축척 산사태 지도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적 위험요소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산사태의 80%는 사람이 산을 건드려 일어난다”며 “이탈리아는 각 지역 공무원이 산지 개발 정보를 입력하면 산사태 위험등급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의 지적에 대해 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이창우 박사는 “현재 1대 5000 축척 산림입지도 제작이 40%가량 진행된 상태”라며 “도시지역 인공 사면(斜面)의 경우 좀 더 정밀한 지도가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박사는 “우면산 산사태 후 예산이 늘긴 했지만 산사태 전문 연구인력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산림과학원에서 산사태를 연구하는 전문 인력은 현재 단 3명뿐이다. 그나마 지난 1월에야 한 명이 늘어났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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