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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 할인 공세에 끙끙 앓는 국산맥주

중앙일보 2014.07.29 01:12 종합 18면 지면보기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사는 회사원 박정민(30)씨는 최근 집 근처 편의점에 갔다가 수입 아사히 맥주를 골랐다. 3900원 하던 아사히 캔맥주 500ml의 행사가격은 3000원으로 내려가 있었다. 마침 바로 옆에 진열된 오비맥주 ‘에일스톤’은 3300원.

국내 주세법 적용 안 받아
할인폭 무제한 … 20% 인하도
국산은 출고가 이하는 불가



 박씨는 “수입맥주가 국산보다 저렴하니 자연스레 수입맥주에 끌렸다”고 말했다. 일반 맥주의 가격 차이도 많이 줄었다. 아사히 캔맥주 350mL가 2300원, 같은 용량의 하이트·카스는 1850원. 롯데 클라우드(2150원)와는 불과 150원 차이다.



 수입맥주의 공세에 국산 맥주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수입맥주의 대대적인 할인 판매로 국산과의 가격 차이가 줄자 소비자가 수입맥주로 몰리고 있는 것. 이달 들어 21일까지 세븐일레븐의 수입맥주 매출은 32.6% 늘었다. 반면 국산 맥주 매출은 1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간을 길게 잡아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 상반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 국산 맥주 비중은 73.9%로 지난해 같은 기간(79%)보다 떨어진 반면 수입맥주 비중 26.1%로 지난해보다 5.1%포인트 올랐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데는 유통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수입맥주 할인 정책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수입맥주의 경우 평소 마진 폭이 국산 맥주보다 커 할인율을 상대적으로 높일 수 있다.



 반면 국산 맥주의 경우 국내 주세법 규정 때문에 할인에 제약을 받고 있다. 아무리 싸게 해도 출고가 이하로는 판매할 수 없어 할인폭이 작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론상 수입맥주는 할인폭이 무제한이지만 국산 맥주는 출고가가 한계”라며 “수입맥주가 대개 20% 안팎으로 할인해 파는데 우리는 꿈도 꿀 수 없는 할인폭”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수입맥주보다 아직까진 국산 맥주가 더 싸다. 하지만 수입맥주가 할인폭을 크게 할 경우 소비자 선호가 수입맥주로 확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수입맥주의 유통기한이 짧은 것도 파격 할인의 원인이다. 수입에 따른 운송기간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다 보니 유통업체는 파격 할인을 해서라도 재고를 소진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세월호 영향도 있다. 수입맥주의 공세에 맞서 일부 업체가 새 브랜드를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하려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모든 행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입맥주 공세에는 국내 업체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고급화되고 있는 소비자 입맛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주류 유통업체 관계자는 “업체들이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 ‘고급 입맛’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수입맥주의 공세는 앞으로 지속될 공산이 크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맥주 수입은 5300만L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이 추세라면 역대 최고치인 지난해 수입량(9460만L)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GS25 관계자는 “수입맥주 할인은 고객 유인 효과가 좋아 최근에는 상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편의점들 간에 할인 경쟁까지 붙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수입 단가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수입맥주 수입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 동안 ‘뉴하이트’ 홍보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수출 물량을 늘려 국내 부진을 만회하는 전략을 세웠다. 몽골에서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한 카스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AB인베브의 해외 맥주 브랜드 중에 신규 수입할 제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미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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