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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기초연금은 깜짝 선물 아니다

중앙일보 2014.07.29 00:54 종합 28면 지면보기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기초연금이 지급됐다. 통장을 들고 활짝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고는 기쁨보다는 가슴이 아프다. 손마디가 닳도록 뼈 빠지게 나라를 일으킨 그들에게 너무 늦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동안 어르신들에게 돌려준 게 별로 없다. 지하철 무료 승차, 고궁 입장료 할인 등의 ‘소소한’ 것밖에 없다.



 폐지를 줍거나 막노동·경비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요즘에는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이 신문을 밀어내면서 폐지 줍는 일도 어렵게 됐다. 엊그제 퇴근길 풍경. 할머니는 손수레에 종이 박스를 높게 쌓았다. 키보다 높다. 마트나 식당에서 나온 박스를 모은 것 같았다. 한 달에 그렇게 팔아봤자 기초연금만큼이나 나올까.



 이 할머니 세대는 자식에게 올인(다걸기)했다. 1973년 국민연금을 도입하려다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경제 우선 정책에 밀렸다. 15년 뒤에 시행하면서 국민연금 안전망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1인당 평균 국민연금이 33만원에 불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초연금은 한강의 기적 세대에 대한 보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인빈곤율 1위, 노인자살률 1위를 모른 체해 온 죄책감이 기초연금으로 약간이라도 상쇄될지 모르겠다. ‘폐지 할머니’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은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다. 중요한 건 매달 나온다는 거다. 이런 효자가 없다. 학자들은 기초연금이 노인빈곤율(49.3%)을 6~10%포인트 떨어뜨릴 거라고 전망한다. 자살률까지 낮춘다면 금상첨화다.



 혹자는 “급속히 노인이 늘고, 급속히 수명이 길어지는데···”라며 기초연금에 우려의 눈길을 보낸다. 그런 점이 없는 게 아니다. 내년 10조원, 2040년에 100조원이 든다. 효율화 방안은 향후 과제로 남기자. 젊은 세대가 노인을 부양하다 자기가 늙으면 후세대의 부양을 받게 된다. 그리 생각하면 지금의 부담이 억울할 게 없다. 기초연금 논란 과정에서 어르신들은 ‘어른다운 모습’을 보였다. ”소득 상위 30%는 받지 않겠다”고 먼저 나섰다. 아파트에다 약간의 저축이 있고 얼마간의 국민연금을 받으면 상위 30%에 들기도 한다. 모두가 ‘부자 노인’이 아닌데도 나라 곳간부터 걱정했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프랑수아 드 클로제는 “퇴직연금은 깜짝 선물이 아니다”고 말했다(『노년예찬』 정은문고). 기초연금도 깜짝 선물이 아니다. 어르신들은 기초연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 행여 저축할 생각, 자식에게 떼줄 생각 마시라.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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