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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미국은 왜 독일을 몰래 감시할까

중앙일보 2014.07.29 00:48 종합 29면 지면보기
요헨 비트너

독일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
정치 에디터
미국은 왜 독일을 몰래 감시하는 걸까. 독일에 대해 아는 게 너무 부족해서? 아니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최근 미 첩보 당국이 독일 연방정보국(BND) 요원과 고위 국방 관계자를 정보원으로 포섭했다는 게 밝혀졌다. 독일 정부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어리석음’을 맹렬히 비난하고 CIA 베를린 지부장을 추방했다.



 이런 사실은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 감시 활동의 폭과 깊이를 폭로한 이후 새로 드러났기 때문에 독일인들의 신경을 더욱 곤두서게 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까지 도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NSA의 도청은 업무상 과욕 때문인 것으로 일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일 정부 내에 정보원을 포섭한 것은 얘기가 다르다.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을 첩보의 타깃으로 삼은 것은 오만과 결례라고 많은 독일인이 생각한다.



이런 일들이 발생한 이유는 미국인들이 독일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그들에게 보이는 것을 납득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국과 독일의 첩보기관들은 냉전 초기부터 협력했다. 하지만 미국의 독일 점령을 배경으로 하는 이 협력 관계는 항상 불균형한 관계였다. 불균형성은 첩보의 본질·목표·한계에 대한 양국의 견해 차를 감추기도 하고 악화시키기도 했다.



 양국의 견해 차는 9·11 테러 이후 더욱 벌어졌다. 미국인들에게 9·11 이후의 첩보 수집은 전쟁 수행의 일부분이었다. 독일인들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 독일인들은 첩보기관이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본다.



 독일의 관점은 역사의 산물이다. 나치스 독일의 게슈타포와 동독의 슈타지를 체험했으며, 뿌리 깊은 반(反)군사주의와 점증하는 반미주의를 상대해야 하는 독일은 미국과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CIA’라는 말을 들으면 독일인들은 강제 호송 비행이나 암살을 연상한다.



 이 모든 것은 법적·정치적 파장을 낳는다. 법적으로 독일 정보기관들은 드론 공격, 고문을 수반하는 신문, 유엔의 위임을 받지 못한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정보를 미국 측과 공유하는 게 금지된다.



  CIA와 BND가 협력했다는 사실이 폭로될 때마다 독일 국민이 분노에 가득 찬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라크 전쟁 때 독일 정부가 바그다드 부근 타깃의 좌표를 미국에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일이 있다. 독일 언론은 국방장관을 추궁했다. 국방장관은 땀을 뻘뻘 흘리며 좌표 제공이 참전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CIA 요원들은 이런 상황을 틀림없이 관찰하고 있었을 것이다. 또 독일인들이 미국의 첩보 활동에 기꺼이 가담하지 않으리라는 결론도 내렸을 것이다. CIA 요원 입장에서 독일 측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마치 금주운동단체 회원들과 1차·2차·3차··· 차수(次數)를 늘려가며 술집을 순례하는 것과 같았으리라.



 왜 CIA가 독일에서 정보원 확보에 나섰는지 2000년대 초에 CIA 베를린 지부장이었던 조셉 T 위플에게 물어봤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CIA는 제3세계 정보기관처럼 돼 버렸다. CIA 요원이 활동하는 나라들은 미국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곳, 법치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곳이었다. 따라서 미 요원들은 민주주의·입헌주의가 제도화된 나라에서 활동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훈련도 받지 못했다. 또한 독일 사람들은 이번에 문제가 된 일방적인 염탐 자체가 불필요한 수준으로 정보 협력을 끌어올리는 데 별 관심이 없다. 독일은 ‘다섯 개의 눈(Five Eyes)’으로 불리는 영미권 첩보동맹(미국·호주·영국·캐나다·뉴질랜드)에 가담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독일이 ‘여섯 번째 눈’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제안은 기분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독일 사람들이 그런 ‘명예’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 미국의 핵우산 밑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독일은 미국의 보호에 만족한다. 책임이 부과되지 않는 것은 더욱 만족스러운 것이다. 만약 독일이 미국과 본격적인 정보 동맹관계를 수립하게 되면, 독일 정부는 부담스러운 양의 ‘더러운’ 정보와 접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정부는 “모른다”며 나름 ‘신빙성 있게’ 잡아뗄 수 없게 된다.



 이런 독일 상황이 CIA 요원들의 불신을 정당화할 빌미가 될 수 없다. 독일인은 그저 법을 잘 지키는 사람들이다. 독일인은 나이브하지도 않고 미국의 원수도 아니다. 모두 인정하는 사실은 독일이 핵심 정보를 미국에 숨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이동식 탄저균 생산 공장의 존재가 이라크 침공의 원인 중 하나라고 유엔에서 발언한 적이 있다. 이 정보는 BND 요원이 제공한 것이었다.



 CIA가 독일 정보계를 염탐하는 것은 시간·에너지·돈 낭비다. 집어치우고, 독일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 독일인은 주저하는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다. 모든 관계가 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동맹국을 존중하는 게 성급한 염탐으로 단기적인 이익을 노리는 것보다 가치가 있다.



요헨 비트너 독일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 정치 에디터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7월 13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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