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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의 시시각각] 땜빵 재·보선에 왜 정당이 올인하나

중앙일보 2014.07.29 00:42 종합 30면 지면보기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끈적거리는 여름, 매미 소리만큼 따갑다. “아직 심판이 안 끝났습니다!”(새정치민주연합)와 “종북연대 말고 지역 일꾼에 표를!”(새누리). 6월 4일에 7명을 찍느라 진을 뺐는데, 또 상대를 궤멸시키는 데 표를 보태라고 안달하며 피곤하게 한다.



 ‘투표 안 했다고 알리바이 대라 할 것도 아닌데….’ 내일 7·30에 투표 대신 휴가를 가고픈 마음이 쉬 바뀌지 않는다. 사실 재·보선은 ‘땜빵선거’다. 재선거는 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이 무효일 때, 보궐선거는 당선인이 궐석이 될 때 한다. 그러나 그 ‘땜방선거’의 파장이 의외로 간단찮다.



 ① 화려한 재·보선 클럽



 김대중(DJ) 정권이 동진(東進)정책을 펴던 1998년 4·2 재·보선. 선거판은 DJ가 가열시켰지만 스타는 한나라당에서 나왔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치 않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대구 달성 보궐선거가 그의 등용문이었다.



 약 석 달 뒤인 7·21 재·보선. 또 한 명의 풍운아가 등장했다. 그 또한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서울 종로의 ‘노무현’이다. 7·21 당선자 가운덴 남경필 경기지사도 있다. 수원 팔달 보궐선거로 데뷔했다. 재·보선 판을 키운 DJ 또한 강원도 인제 보궐선거에서 첫 금배지를 달았다. ‘재·보선 클럽’에는 이렇게 난다 긴다 하는 정치인이 즐비하다. 김무성·이완구·안철수 3인의 여야 지도부도 지난해 4월 재·보선 동기다. 박원순 서울시장, 홍준표 경남지사까지 재·보선파다.



 ② 재·보선이 낳은 쇄신 파동



 스타의 등용문이란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공천은 늘 어둡다. 이번에 새정치연합 권은희 후보 공천을 보고 경악했다. 내가 본 두 번째 이상한 공천이다. 첫째로 이상한 공천은 2001년 10·25 재·보선 때였다. 당시 서울 구로을과 동대문을, 강원 강릉이 재·보선 지역이었다.



 강릉은 한나라당 최돈웅 후보의 의원직 사퇴로 보궐선거가 열렸다. 그곳에 최 의원이 또 공천을 받았다. 원래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앞두고 있었다. 출마할 수 없었다. 그래서 먼저 사퇴했다. 출마할 수 없는 재선거를 보궐선거로 바꾸는, 대단한 잔머리를 썼다. 당시엔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가 보궐선거 공천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이 없었을 때다. 그럼에도 선거 결과는 3대0. 한나라당의 완승이었다. 당시 서울 구로을엔 김한길 현 새정치연합 대표가 나섰다가 무명에 가까운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다. 케케묵은 얘기를 꺼낸 이유는 재·보선 자체보다 연쇄효과를 말하기 위해서다. 2001년 민주당 쇄신 파동의 발단이 10·25 재·보선 참패였다.



 ③ 쇄신 파동은 ‘비대위’를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원조 쇄신파가 등장해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동교동계를 지목해 인적 쇄신을 요구한 게 쇄신 파동이다. 정동영은 최고위원직을 던지며 동교동계 한광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동반 퇴진을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지도부는 무력화됐고 특별기구가 떴다. 이름하여 ‘당 발전·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특대위), ‘비상대책위원회’의 조상뻘이다.



 재·보선 패배→쇄신파 득세→특대위로 이어진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민주당은 특대위에서 국민경선을 도입했고 결국 ‘노풍’을 일으키며 재집권했다.



 1990년대 중반까진 지금처럼 재·보선을 두고 ‘정국 분수령’이니 뭐니 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2001년 이후로 여든 야든 지는 쪽은 ‘쇄신 파동’이 벌어지고, ‘비대위’라는 개그콘서트 소재가 정당의 일상이 된 걸 부인할 수 없다. 재·보선이 지도부의 무덤이 되니 지금처럼 각 당이 목숨 걸고 올인한다. 이젠 재·보선 거품을 조금은 빼야 한다. 일단 선거법 위반이나 비리를 저질러 재·보선이 있게 한 정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으면 한다. 그게 당연할 뿐 아니라 그러면 결과를 놓고 목을 맬 이유도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촌스러운 악순환이 반복된다. 주류·비주류가 각방 쓰는 부부 같은 모습만 계속 노출될 것이다.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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