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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서 나는 배운다, 다르게 생각하는 법

중앙일보 2014.07.29 00:26 종합 23면 지면보기
빌라니 교수는 늘 왼쪽 가슴에 거미 브로치를 달고 다닌다. 바꿔 다는 종류만 수십 종이다. 거미를 다는 이유는 그만의 비밀이다.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도 답변을 피했다. [사진 세드릭 빌라니 홈페이지]
‘수학의 노벨상’ 필즈상을 탄 수학 천재, 실크 스카프를 매고 거미 브로치를 다는 패셔니스타(옷 잘입는 사람), 수학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영화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 ‘젊은 열정’의 소유자….



 다음 달 13일 서울에서 개막하는 세계수학자대회(ICM) 참석차 한국에 오는 세드릭 빌라니(41) 프랑스 에콜 노르말 리옹대 교수 겸 앙리푸앵카레연구소장을 가리키는 말들이다. <중앙일보 7월 17일자 20면



 서울 ICM에서 자신이 출연한 다큐멘터리 ‘왜 나는 수학이 싫어졌을까’ 시사회를 진행할 예정인 그를 e메일로 사전 인터뷰했다. 그는 “대중과 함께하는 즐거움은 큰 기쁨”이라며 “ICM이 아이들에게 수학자라는 새 꿈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한국 방문이 처음인가.



 “공식 방문은 처음이지만 관광차 한 번 갔던 적이 있다. 한국은 혁신·교육과 관련해 늘 언급되는 나라다. 훌륭한 수학자도 배출했지만 공학 실력으로 특히 유명하다. 최근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의 실험실을 방문했는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석유굴착 플랫폼을 한국인이 설계했다고 하더라. 삼성 같은 회사는 두말할 것도 없다.”



 - 연구분야인 기체운동론을 소개한다면.



 “엄청난 수의 입자들로 구성된 기체의 통계적 성질과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는 입자의 운동을 설명하는 분야다. (입자의) 충돌로 무질서가 심해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볼츠만 방정식’과 충돌을 무시할 수 있는 좀 더 이상적 세계를 설명하는 ‘블라소프 방정식’이 대표 모델이다.”



 -‘수학자는 외골수’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대중을 자주 적극적으로 만난다.



 “필즈상을 받은 뒤 대중강연을 수백 번 했다. 가수 패티 스미스,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같은 예술가와 교류하고 영화에도 출연했다. 반응이 좋았다. 인류 문화에 미치는 수학의 역할이나 창조자·혁신가로서 수학자의 역할, 수학의 예술성과 효율성 같은 것들을 알고 싶어하는 대중의 욕구가 분명히 있다.”



 - 영화 ‘ 왜 나는 수학이 싫어졌을까’는 어떤 내용인가.



 “수학자들의 실제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혹은 로드무비다. 수학자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대화하는지, 또 수학자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주제는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 제목처럼 많은 이들이 수학을 싫어한다.



 “수학은 까다롭다. 피해갈 방법이 없다. 수학은 ‘철저한 방식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학과 실제 세계의 관계를 이해하자면 인내와 호기심을 가져야 하고, 실수를 받아들이고 개선해야 한다. 수학은 ‘정말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It is really learning to think differently).”



 - 당신에게 수학은 어떤 의미인가, 무엇이 당신을 매료시켰나.



 “내게 수학은 사랑이자 삶이다. 다른 과학을 이해하는 수단이자, 과학을 뛰어넘는 가치를 이해하기 위한 길이다. 수학은 내가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예술 작품’(수학적 증명)을 만들게 해줬다. 그간 수학에 대해 말하고, 설명하고, 듣기 위해 40여 나라를 여행했다. 이번 학년도만 해도 22개국을 다녔다. 수학은 다른 이들의 생각과 영혼에 다가가는 나만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 매력을 일일이 말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평생을 바쳐 사랑할 대상에 대해 굳이 이유를 대지는 않으니까.”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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