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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힌트 준 커쇼도 깜짝 … 류현진 슬라이더 마술

중앙일보 2014.07.29 00:16 종합 24면 지면보기
류현진이 28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시즌 12승을 거뒀다. 새롭게 익힌 ‘하드 슬라이더’가 위력을 발휘했다. 류현진은 이날 공 103개 가운데 30개를 하드 슬라이더로 던졌다. [샌프란시스코 USA투데이=뉴스1]


류현진(27·LA 다저스)이 새로운 변화구 하드 슬라이더(hard slider·빠르고 강한 슬라이더)를 완벽히 소화한 모양새다.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그의 주무기가 돼버렸다.

142㎞ '하드 슬라이더' 위력
직구같은 변화구에 타자들 헷갈려
체인지업 구질 간파 당하자 변신
석 달 만에 익혀 완벽 가까운 제구



 류현진은 28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점(6피안타·1볼넷)만을 내주는 호투 끝에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잭 그레인키(12승6패·평균자책점 2.74)와 클레이튼 커쇼(12승2패·1.76)에 이어 류현진(12승5패·3.44)까지 샌프란시스코를 잡아낸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지켰다.



 스포츠 전문채널 ESPN 중계진은 커쇼를 부스에 초청해 “류현진이 매서운 슬라이더를 던진다. (27일 완봉승을 따낸) 당신의 슬라이더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커쇼 또한 ‘제자’ 류현진의 슬라이더에 대해 "겨우 2경기만에 자기 공으로 만들었다. 나보다 훨씬 빠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2일 피츠버그전을 해설한 다저스의 전설 오렐 허샤이저도 “류현진의 바깥쪽 빠른 공과 하드 슬라이더 조합은 커쇼의 패턴과 비슷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 투수인 커쇼와 빅리그 2년생 류현진이 하드 슬라이더라는 접점에서 만난 것이다.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 전을 마치고 “커쇼로부터 배운 슬라이더가 잘 통했다. 이제 없어선 안 될 구종이다. 더 많이 던져야겠다”고 말했다. 그가 커쇼의 슬라이더를 배운 건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14일 샌디에이고와의 경기를 앞두고서 였다. 이후 류현진은 3연승 중이다. 28일 샌프란시스코 전에서는 투구수 103개 중 30개를 빠른 슬라이더로 던졌다. 대신 서클 체인지업 비중이 11개로 낮아졌다.



 최근 3연승을 달리는 동안 그의 피칭은 미스터리에 가까웠다. 가장 놀라운 건 습득 속도다. 류현진은 지난해까지 슬라이더를 가끔 던지긴 했다. 빠른 공과 체인지업 조합이 단조롭다고 느껴질 때 커브와 슬라이더를 섞었다. 현재 위력을 발휘하는 하드 슬라이더는 석달 전 릭 허니컷 투수코치로부터 배웠고, 2주 전 커쇼로부터 힌트를 얻어 다시 연마한 것이다.



 믿기 힘들 만큼 짧은 시간에 하드 슬라이더를 배우고, 다듬고, 주무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투수 전문가인 양상문 LG 감독은 “새 구종을 배우는데 보통 몇 년이 걸릴다. 게다가 두세 가지 변화구를 다 잘 던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류현진을 보면 인간의 한계는 극복 가능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격찬했다.



 류현진은 한화 신인이었던 2006년 선배 구대성(45)으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워 곧바로 주무기로 만들었다. 다저스가 류현진을 스카우트한 건 제구력과 체인지업을 높게 평가해서였다. 하드 슬라이더를 익힐 때도 류현진은 ‘변화구 포식자’답게 빠르게 흡수했다.



 또 하나. 그가 던지는 공이 슬라이더인지 컷 패스트볼(커터)인지는 논란의 대상이다. 올 시즌 류현진의 슬라이더 평균 구속은 시속 135㎞다. 그러나 최근 3경기에서 슬라이더 평균 구속이 142㎞까지 올라갔다. 현지 중계진과 기록원들은 그걸 ‘커터’로 분류하기도 한다. 류현진은 “커터는 아니고 빠른 슬라이더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슬라이더는 직구처럼 던지다가 공을 놓을 때 손목을 비틀어 회전을 준다. 류현진 같은 왼손 투수가 던지면 오른쪽 타자 몸쪽으로 꺾이는데, 직구와 커브의 중간으로 보면 된다. 커터는 중지로 공 끝을 세게 눌러 던진다. 직구처럼 빠르게 날아가다 오른쪽 타자 몸쪽을 약간 파고 든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중간쯤이다.



 류현진은 슬라이더보다 빠르고 커터보다 조금 느린 변화구를 던진다. 하드 슬라이더가 가장 적합한 표현일 것 같다. 류현진은 네이밍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타자만 잘 잡으면 커터든 슬라이더든 괜찮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찬호(40)도 빅리그 시절 커브의 위력이 떨어지자 커브와 슬라이더의 중간인 슬러브(slurve)를 던졌다.



 마지막 미스터리는 과연 류현진이 슬라이더 투수로 바뀐 것이냐는 논란이다. 여기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다. 지난해 위력을 발휘했던 체인지업이 상대에게 간파됐기 때문에 류현진은 체인지업과 반대 궤적의 슬라이더를 던진 것이다. 슬라이더를 더 날카롭게 던지기 위해 팔 각도가 올라가 체인지업 위력이 조금 떨어졌을 뿐, 버린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세계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에는 훌륭한 스승이 많다. 류현진은 ‘몸으로 기억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학생이다. 그는 “앞으로는 체인지업도 신경 쓸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은 모든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팔색조가 되고 싶어 한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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