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면서 배웠다 … 깨어나는 김인경

중앙일보 2014.07.29 00:08 종합 25면 지면보기
한국 여자 대표팀이 올해 창설된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3위에 머물렀다. 김인경이 28일(한국시간) 열린 4라운드 1번 홀에서 두번째 샷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김인경(26·하나금융)은 주니어 시절 샷거리를 늘리기 위해 티잉 그라운드 뒤편에서 달려와 드라이브샷을 하기도 했다. 함께 연습하던 선배 이지영(29) 만큼 거리가 나지 않자 이겨 보려고 안감힘을 쓴 것이다. 이지영이 김인경보다 나이가 많고 키와 몸집이 꽤 컸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김인경은 뭐든지 1등이 되고 싶었다.


'30㎝ 퍼트' 놓친 뒤 승리에 회의
올 초 단식으로 6㎏ 뺀 뒤 밝아져
유럽 투어서 우승, 재기 발판 마련
대회 1승3패 그쳤지만 의욕 충만

 평범하지도 않았다. 남에 대한 배려심이 많았다. 책을 많이 읽었고 남들과는 다른 생활을 하고 싶어 했다. 김인경은 2010년 쯤엔 세계랭킹 1위에 올라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김인경은 2006년 LPGA 투어 Q스쿨을 1등으로 통과했지만 세계 1등이라는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김인경의 키는 더 크지 않았고 로레나 오초아, 청야니같은 장타자들이 투어를 지배했다. 신지애·최나연 등 친구들이 그를 추월했다.



 김인경은 조금씩 불교에 심취했다. 고기를 먹지 않았고, 밀가루도 피했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썬크림도 거의 바르지 않는다. 2012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짧은 거리의 퍼트를 넣지 못해 우승을 놓쳤다. 그 후 표정은 부쩍 어두워졌다. 국내외 골프담당 기자들을 만나는 것도 불편해 했다. 세계 각국의 미디어가 그의 30cm 퍼트에 대해, 그의 상처에 대해 얘기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김인경은 더욱 독특해졌다. 주위 전언에 의하면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싶다고 했고, 남들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스포츠를 계속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처럼 인도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지진이 났을 때는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가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도 했다. 김인경은 부모님의 반대로 필리핀에 가지는 못했다.



 김인경은 올 초 한 달간 인도네시아의 단식원에 가서 13일 동안 단식을 했다. 체중이 6㎏나 빠졌다. 거리를 더 낼 필요가 있는 김인경에게 감량은 독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인경은 눈과 몸이 맑아졌다고 생각했다. 표정이 밝아졌다. 이달 초엔 유럽 투어에서 우승도 했다. 44개월만에 맛 본 우승이었다.



 김인경은 미국 매릴랜드주 볼티모어 인근 캐이브스 밸리 골프장에서 끝난 LPGA 국가 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28일(한국시간) 열린 싱글 매치에서 태국의 포나농 팻럼에게 한 홀 차로 졌다. 한국은 5승5패로 3위를 했다. 마지막날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4전 전승을 기록한 스페인이 우승을 차지했고, 스웨덴이 2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3승1패씩을 기록한 박인비와 유소연은 이 대회를 계기로 자신감을 찾았지만 개인 기록 1승3패를 기록한 김인경과 최나연(27·SK텔레콤)은 상처를 안았다.



 최나연도 완벽주의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 단 하루도 후회를 남긴 날이 없다고 자부한다. 그의 말에 걸맞게 행동한다. 코스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거추장스런 치마도 입지 않는다. 사흘 동안 한 조를 이뤘던 김인경과 최나연의 완벽주의, 배려심은 두 선수를 옭아맸다. 김인경은 “그냥 홀에 넣으려고 퍼트하면 되는데 혹시 많이 지나가면 나연이가 부담을 가질까봐 수비적으로 경기하다가 짧아서 3퍼트를 하곤 했다. 쓸데없는 계산을 너무 많이 했다”고 했다. 최나연도 “서로 다 짊어지려고 한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인터내셔널 크라운을 통해 친구에 대해, 동료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가 됐다고 했다. 한국인임을 다시 깨달았다. 그래서 올림픽이라는 목표가 더 중요해졌고 그 목표를 위한 의욕이 다시 샘솟는다고 했다.



볼티모어=성호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