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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수습안 놓고 불거진 사회 갈등 사회적 배려와 포용 합의점 논의할 때

중앙선데이 2014.07.26 23:18 385호 1면 지면보기
세월호 침몰사고가 어느덧 발생 100일을 넘어섰다. 하지만 ‘국민의 존엄과 인권’ ‘국가기관의 존재 이유’ 등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헌법적 가치와 보편적 인류애 등에 대한 질문은 해답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사고 수습방식을 놓고 사회 곳곳에서 미세한 균열마저 감지된다. ‘희생자 가족들이 의사상자 지정, 대입 특례 요구를 하고 있다’는 날조된 정보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이념·진영 대립으로 비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특별법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이던 서울 광화문광장에 ‘엄마부대봉사단’이라는 이름의 중년 여성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의사자 지정 도가 지나치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보수 성향 노인들이 주축이 된 ‘어버이연합’도 비슷한 주장을 하며 농성장 주변에서 소란을 피웠다.

이런 극단적 행동에 대해 아직까지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하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은 공감하지만 ‘공정사회’에 역행하는 특혜를 줘선 안 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국가적 부조리로 피해를 본 국민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포용의 합의점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사회심리학자 최창호 박사는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정치권의 정쟁 속에 국민 사이에서도 본질과 상관없는 엉뚱한 갈등이 야기된 측면이 있다”며 “공정세계관(Just World Belief)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수긍할 수 있는 사회적 포용이나 분배, 나눔의 방식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특별법 제정처럼 법적인 문제에 국한할 게 아니라 세월호 사건 처리를 국민적 치유(힐링)의 과정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희생자 가족에 대한 예우가 시혜의 차원이 아닌 공공의 책임, 즉 보훈적 성격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필요하다”며 “공정한 처리에 의심을 갖거나 불편해하는 국민에게 이런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희생자 가족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식의 거짓정보가 유포되면서 갈등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특별법 제정 과정의 의견 차이를 이념 갈등으로 곡해하는 ‘익명의 갈등 유발자’들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세월호 사고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 인터넷에서 유포된 거짓정보가 더해지면서 갈등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바른 마음(The Righteous Mind)』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교수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일수록 공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 원칙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면 동의하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고 초기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세월호 사고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정쟁에 이용한 정치권도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했다는 지적도 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소장은 “원칙에 따라 사고를 수습하고 판단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모두 우왕좌왕하면서 갈등의 주체가 복잡해졌다”며 “사고 초기 갈등 주체가 피해자와 정부였다면 여기에 여당과 야당, 정치권의 갈등이 더해졌고 피해자들은 정부와 정치권을 모두 불신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최창호 박사는 “세월호 사고 자체가 상상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던 데다 이후 처리 과정에서도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은 차분한 애도 분위기를 갖기보단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3~5, 16~17p


이동현·유재연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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