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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야당의 세월호法 방패에 막힌 민생법안

중앙선데이 2014.07.26 23:24 385호 2면 지면보기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지난 24일 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세월호특별법 통과 없이는 국회에서 그 어떤 법도 우선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힌다”고 했다. 특별법이 먼저 통과되지 않는 한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으로 나온 정부조직법 개편안(해양경찰 해체, 안전처 신설 등)과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유병언 방지법’(범죄수익 은닉 처벌)은 물론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법안 처리를 모두 막겠다는 것이다.

 야당 측은 “특별법 통과가 최우선이고 그 외의 다른 건 안 된다는 당의 강한 의지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새 정치’를 내세운 안철수 공동대표와 통합한 이래 잠시 잠잠했던 옛 민주당식 투쟁이 반년도 안 돼 부활한 셈이다.

 공직자 비리의 원천을 끊기 위해 발의된 김영란법은 지난해 8월 5일 제출된 이래 356일째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고, 유병언법도 60일째 묶여 있다. 공직자윤리법도 세월호 참사 직후 의원안과 정부안을 합쳐 14건이나 발의됐지만 심의조차 받지 못했다. 그뿐인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폐지법,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 같은 경제·민생법안도 100개 넘게 대기 중이다.

 야당이 이들을 보이콧하겠다고 나선 건 7·30 재·보선을 앞두고 여당을 압박해 세월호특별법을 통과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이 아무리 중요해도 적폐를 없애기 위한 개혁법안과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법안의 통과를 막는 건 자가당착이다. 세월호 참사로 가슴에 피멍이 든 국민을 달래 주진 못할망정 민생고를 추가로 떠안기는 짓 아닌가.

 게다가 김영란법에 대해선 박 원내대표 스스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6월 임시국회 중 처리를 공개 요구하지 않았나. 이제 와서 그 법까지 볼모로 삼은 것은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시중에선 특별법을 핑계로 야당 의원들이 김영란법의 칼날을 피해 보려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새정치연합은 국회에서 민생법안들을 대상으로 한 인질작전을 즉각 중단하고, 신속한 처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재 세월호특별법에서 여야 간 쟁점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할지 여부다. 야당은 수사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고, 여당은 특별검사를 따로 두자는 쪽이다. 일반적인 사안이라면 사법체계가 흔들린다는 여당의 반대 논리가 틀리지 않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세월호 참사가 일반적인 사고가 아니라고 본다.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에 나서려는 의지가 있다면, 제한적 범위 안에서 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 내에 사법권이 있는 공무원을 둬 수사권을 제한적으로 행사케 함으로써 사법체계에 미칠 혼란을 줄이는 대안도 있다. 이 문제에 합의를 보지 못한 채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여야는 국민의 정치 불신을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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