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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골함마다 편지 빼곡 … 한 글자 한 글자에 단장의 아픔

중앙선데이 2014.07.26 23:42 385호 4면 지면보기
세월호 침몰사고 100일째를 맞은 지난 24일 안산 단원고 학생 100명이 잠든 안산 하늘공원에는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의 절절한 심정들이 남아 있었다. 박종화 인턴기자
낮게 드리워진 먹구름 사이로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다.

세월호 100일 … 단원고 100명 잠든 안산 하늘공원엔

세월호 침몰사고 100일째인 지난 24일. 안산 단원고 학생 100명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안산시 하늘공원을 찾았다. 벽처럼 늘어선 대리석 봉안당의 납골함마다 사진이며 편지, 꽃다발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하늘공원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러 온 발걸음만 가끔씩 이어졌다.

“세상에 기적이, 기적이 정말 있으면 4월 15일로 돌리고 싶다. 네 잎 클로버가 행운을 가져다준다지. 아들아. 아가야. 엄마에게 행운이 와서 내 아들이 돌아와 준다면. 보고 싶다….”

엄마가 써내려간 편지는 한 글자, 한 글자마다 단장(斷腸)의 아픔이 서렸다. 저세상에서라도 자식을 만나고 싶은 엄마는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곧 갈 거야”라고 적었다.

고 허유림양의 이모와 언니가 손에 케이크를 든 채 하늘공원을 찾았다. 이날은 허양의 18번째 생일이라고 했다.

“이렇게 네 명이 친하게 지냈어.”

동생의 납골함 아래 케이크를 둔 언니는 이모에게 함께 잠들어 있는 동생 친구들의 납골함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말없이 납골함을 바라봤다.

하늘공원에 잠든 아이들은 저마다 세상을 떠난 날짜가 다르다. 바다에서 발견된 날짜를 사망일로 정했기 때문이다. 하늘공원 관리인은 한 학생의 납골함을 가리키며 “매일 오전 10시마다 부모님이 오셨는데 오늘은 보이질 않는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교복을 입은 자그마한 체구의 여학생이 고 김모(17)군의 납골함을 찾았다.

“좋아하던 오빠였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와요.”

익숙한 일인 양 음료수 캔을 따 올려놓은 여학생은 가방에서 꺼낸 막대사탕 하나를 김군의 납골함에 정성스레 붙였다. 소녀의 수줍은 짝사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30분 넘게 사진을 바라보던 소녀는 쏟아지는 빗속으로 발길을 돌렸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의사상자 지정, 대입 특례 같은 특혜를 요구한다는 루머가 인터넷상에서 떠돌면서 가족들은 또 한번 상처를 입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안’을 마련한 대한변협 박종운 변호사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특별법안에 보상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잠시 비가 그치고 하늘공원에 햇살이 비쳤다. 김모군의 납골함 앞엔 생전에 쓰던 검은 뿔테 안경이 편지와 함께 비닐 팩에 담겨 붙어 있었다.

“네가 사는 그곳에서는 좋은 것만 보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채우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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