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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고민되면 규제 풀어라 … ‘금융허브 서울’ 재추진을

중앙선데이 2014.07.26 23:51 385호 7면 지면보기
댈러러 전 국제금융협회 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찬강연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장. 최정동 기자
세계 금융계의 권위자 찰스 댈러러 전 국제금융협회(IIF) 회장이 “한국 사람들은 자꾸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부러운 듯 거론하는데 한국은 지금 양적완화 같은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24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다.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 초청으로 방한한 댈러러 전 회장은 “실업률이 10%가 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비해 한국은 경제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니 규제 완화와 중소기업 육성 등을 통해 경제의 근간을 튼튼하게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그리스 위기 해결사’ 찰스 댈러러가 진단한 한국경제

  1980년대 미 재무부 차관보, 국제통화기금(IMF) 이사 등을 역임한 댈러러 전 회장은 9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480여 개 글로벌 금융회사의 모임인 IIF 회장을 맡았다. 2012년 그리스 재정위기 때 채권은행들을 대표해 유럽연합(EU)·그리스 정부와 채무 조정 협상을 벌여 그리스 사태를 해결한 인물로 꼽힌다. 현재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파트너스그룹의 부회장으로 있다. 다음은 주요 문답.

  -한국 경제는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분위기다. 해법은.
  “한국뿐 아니라 모든 선진국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사실 한국의 경제지표는 양호한 편이다. 실업률은 3%대,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 아닌가. 환율정책도 성숙하게 운영해 왔다. 저성장이 문제라면 양적완화 같은 단기적이고 예외적인 처방보다 규제 완화가 우선이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한국은 아직도 규제와 관료주의가 심하다. 창의적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과거 한국 정부가 서울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좀 제대로 다시 추진했으면 좋겠다.”

  -경제지표는 좋지만 한국 국민의 일상생활은 힘들다는 분위기다.
  “내가 한국 국민의 입장에서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신들은 그래도 직업이 있지 않소’라고 말해 주고 싶다. 미국과 유럽처럼 10%가 넘는 실업률을 한국에서 상상이나 할 수 있나. 물론 내수가 살아나고 소비자가 경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강하고, 국제 경제가 살아나는 데 있어 한국의 역할은 막중하다. 미국과 유럽처럼 침체한 나라들이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 수 있겠나. 이런 측면에서 마치 한국 경제가 불황에라도 빠진 것 같은 얘기를 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 난 한국 경제를 믿는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가 양적완화를 그만두고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다.
  “바른 방향이다. 양적완화는 목표했던 성과를 냈다. 이제 통화정책이 아니라 펀더멘털이 경제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 다들 연준과 양적완화 얘기만 하고 조세·규제·인프라정책에 대한 얘기를 안 한다. 중요한 것은 연준의 액션은 단기적으로만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그리스 사태를 해결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증시가 폭락하는 등 유럽 경제는 여전히 불안하다.
  “유럽은 정말 엉망이다. 정치연합에 대한 공통적인 의견이 없다. 그리스 사태 협상 때도 누구랑 협상하면 포괄적으로 일이 진행되는지조차 불분명했다. 정치연합을 할 때 하더라도 개별 국가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통화정책과 규제가 따로 노니 뭘 할 수가 없다. 또 지나친 긴축정책을 펴지 말아야 한다. 유럽 경기 회복을 위해 IMF 지원이 필요하다면 받아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재정 건전성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IMF는 1997년 한국에는 굉장히 아픈 긴축정책을 요구했다.
  “한국은 독립된 하나의 국가다. EU와 그 멤버 국가들처럼 복잡한 관계가 아니다. 또 97년 당시 한국 국민은 구제금융을 굉장히 창피해하면서 전 국민이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했다. 지금 그리스나 포르투갈에는 그런 정신도 없다. IMF의 정책이 항상 다 옳은 건 아니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브릭스신개발은행(NDB)·위기대응펀드(CRA) 등을 추진하는 등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현 브레턴우즈 체제에 불만이 있는 것 같다. 미국이 중국을 포용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도 중국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여선 안 된다.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스 사태 협상 때 중국의 금융 관계자들은 미국·유럽의 금융 전문가들보다 더 성숙한 견해와 자세를 보여 줬다. 중국이 메이저 플레이어가 되는 건 자연스럽다.”

  -미국 정부가 우방인 한국이 중국 중심의 AIIB에 가입하는 걸 반대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실이라면 정말 놀랍다. 경제 협력은 정치나 안보 이슈에 좌우돼선 안 된다. 83년 내가 IMF 이사회에서 활동할 때 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에 채무 위기가 왔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영국과 포클랜드 영유권을 두고 전쟁 중이었다. 하지만 IMF의 영국 이사는 아르헨티나의 채무 해결을 도와줬다. 난 아직도 이 일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수출의 25%가 중국으로 가는데 중국을 중요시하는 건 당연하다.”

  -중국의 채무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50%라고 한다. 위험한 것 아닌가.
  “250%라고? 당장 IMF를 투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웃음). 채무 통계는 너무 사실을 단편적으로 보여 주는 측면이 있다. 다만 중국의 은행 시스템이 아직도 정치권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건 우려스럽다. 대출이 정치적으로 이뤄져선 곤란하고 참으로 위험하다. 중국 지도자들도 이미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금융뿐 아니라 기업도 정치에서 분리돼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일본 아베노믹스는 성공할까.
  “한국에선 아베노믹스가 정말 인기가 많은 것 같다(웃음). 모두 아베노믹스에 대해 물어본다. 세계 경제는 튼튼한 일본 경제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얼마 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재정 건실화와 구조적인 개혁이 뒷받침된다면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건실화와 구조개혁이란 전제조건을 단 게 매우 흥미로웠다. 그만큼 일본 지도자들도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증거다. 구조개혁이 핵심인데 일본 경제는 이미 힘들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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