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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주택시장 ‘겨울옷’ 벗었으니 이제 뛰자

중앙선데이 2014.07.27 00:54 385호 18면 지면보기
한여름에 입고 있는 두꺼운 겨울옷을 벗으면 답답하던 숨이 트이고 몸은 가벼워진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경환 부총리가 주택시장의 ‘겨울옷’을 벗겨내고 있다. 주택시장 규제의 마지막 성역으로 꼽히는 대출에까지 손길이 미쳤다.

빚 걱정에도 대출 꼭지 틀어
정부가 24일 밝힌 경제정책방향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주택업계는 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대출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가계부채 우려에 손을 대지 못했다. 빚 걱정에도 대출 꼭지를 오른쪽으로 틀어 연 것은 리스크 못지 않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은행 문턱이 낮아지면 돈은 시장으로 흘러들어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된다. LTV와 DTI 요건이 느슨해져 집을 담보로 한 대출이 쉬워지면 주택시장에도 돈이 풍부해진다. 금리가 뚝 떨어져 대출이자 부담도 가볍기 때문에 대출규제 완화 효과는 저금리와 맞물려 증폭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 연속 연 2.5%에서 동결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금리는 계속 내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연 3.77%에서 지난달 3.63%로 0.14%포인트 내렸다.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대출금리는 더욱 하락할 수 있다.

주택시장에 미칠 대출규제 완화 영향은 과거 집값 급등기 때 가장 먼저 도입된 시장 억제책의 하나가 LTV였다는 점을 보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 서울 아파트값이 한해 30% 넘게 폭등하던 2002년 9월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기로 하고 LTV 60%를 도입했다. 두 자리 숫자의 금리가 1999년부터 한자리 수로 떨어지면서 아무런 대출 규제가 없던 주택시장에 돈이 몰렸고 풍부한 유동성은 집값 상승의 기름이 됐다. 당시 LTV는 효과를 나타내 그 다음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10.2%로 낮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거래·세금 등의 각종 규제를 풀어온 정부는 이제 주택시장으로 돈줄을 유도해 시장 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대출규제 완화는 거래·가격 지수를 모두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DTI가 한시적으로 은행 자율로 풀린 2010년 9월~2011년 3월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30% 이상 늘고 집값 상승률이 올라갔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LTV 규제 완화 효과를 다룬 보고서에서 주택담보대출금액이 늘어나면 2개월 뒤 집값이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선두에는 서울 강남 재건축이 설 것이다. 대출규제 완화, 특히 LTV 완화 효과는 집값이 비싼 강남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게 된다. 소득수준이 높은 강남에선 빚을 갚을 경제적 능력이 모자라서기보다 대출한도에 묶여 대출을 받는 데 제약이 있었다. 같은 비율이더라도 집값이 비싼 지역의 담보대출금액이 많이 나오게 돼 강남지역 집을 살 수 있는 자금사정이 좋아진다.

정부가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눈길을 두는 곳은 집이 없거나 집을 갈아타려는 수요보다 다주택자 투자수요다. 이들을 시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체면 구겨지는 것을 무릅쓰고 2월 말 발표한 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미리 철회했다. 금리가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주택 임대사업은 짭짤하다. 임대수익률은 4%대다. 3%에 못 미치는 예금금리보다 높다.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다주택자의 주택투자는 주택수요를 확산시키는 유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주택거래를 늘리는 마중물 역할을 해내겠지만 땅 속 물길을 끌어낼지는 불확실하다. 주택거래가 늘고 집값(서울·수도권의 경우 금융위기 직전 대비 20% 가량 하락)이 회복되는 ‘시장 정상화’가 본궤도에 오를지는 이번 정책의 최종목표인 가계소득 증대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가계소득 증대해야 정책 효과
2000년대 초반 LTV 등 강도 높은 규제에도 주택시장이 활황세를 이어간 저력은 경제였다. 당시 경제성장률이 연 5~7%였다. 주택시장의 열기가 경제전반의 온도 상승에 기여했고 다시 경기가 주택시장을 달구는 선순환이었다. 과열돼 탈이었지만.

주택시장 정상화 여부는 새 경제팀의 성공 여부로 귀결된다. 경제가 살고 주택시장이 회복되면 이번 정책의 최대 복병인 가계부채 걱정도 자연 덜 수 있다. 소득이 늘면 DTI가 떨어지고, 집값이 오르면 LTV가 내려간다. 빚 부담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주택시장 체질이 바뀌면서 2000년대 초반과 달라진 게 있다. 그때는 거래량 증가보다 집값이 더 많이 올랐다. 거래가 조금 늘어도 가격이 뛰었다. 주택공급이 부족해서였다. 지금은 거래량 증가만큼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다. 거래가 많이 늘어도 급등을 우려할 만큼 집값이 상승하지 않는다. 이미 주택보급률 100%를 넘기며 주택이 풍부해졌고 고령화·베이비 부머 은퇴 등으로 왕성한 수요층이 얇아졌다.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타더라도 집값이 뛸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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