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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6 … 다시 싸이질, 게임도 '아 옛날이여'

중앙일보 2014.07.26 01:47 종합 19면 지면보기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인 ‘리니지2’에서 2004년부터 4년간 이어진 바츠해방전쟁의 모습을 담은 이미지. [사진 엔씨소프트]


회사원 김혜선(33)씨는 요즘 10여 년 전 대학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너 그거 해봤어?” 하고 날아온 친구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계기로 시작한 ‘싸이월드 리멤버’ 애플리케이션(앱) 때문이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게시물을 옛 배경음악(BGM)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다. 김씨는 3년 만에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로그인했다. 싸이월드를 처음 시작한 스물두 살, ‘싸이’와 처음 만난 날로부터 11년257일, 인연을 맺은 일촌 90명, 사진 1405장, 방문객 2만6004명. 지난 11년이 주마등처럼 김씨 머릿속을 스쳤다. 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빠져 있다 보니 싸이월드를 잊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졸업앨범이나 일기장을 들춰본 것 같다”고 말했다.

IT에 부는 추억 열풍



 최신 트렌드를 쫓기에도 바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흘러간 옛 상품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IT 서비스들이 늘어나면서 레트로(Retro·복고)로 포장할 만한 콘텐트가 쌓인 덕분이다.



 한국인 3000만 명이 가입한 한국 최초의 SNS 싸이월드가 대표적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독립해 벤처기업으로 돌아간 ㈜싸이월드는 지난달 말 싸이월드 리멤버 앱을 출시했다. 입소문만으로 한 달 만에 1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했다. 도토리, 미니미, 방명록, 일촌들이 남긴 일촌평 등 싸이월드 용어들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지금은 30·40대가 된 2000년대의 청춘들이 자신이 남긴 ‘디지털 자산’을 되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김동운 싸이월드 대표는 “싸이월드가 가진 수백억 건의 이용자 데이터는 한국의 21세기 첫 10년의 기록이 담긴 사회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추억의 명작’ 열풍이 더 거세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은 지난 5월 말 그래픽 기반 세계 최초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의 초기 버전을 복원했다. 온라인게임은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특성상 계속 변하는데, 온라인게임 중 세계 최초로 초기 버전이 복원된 것이다.



싸이월드의 리멤버 앱 메인 화면. [사진 싸이월드]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두 달간 170만 명이 넥슨 홈페이지에서 ‘바람의나라1996’ 버전을 다운로드하며 PC통신 시절의 추억에 빠져들었다. 마우스로 클릭하지 않고 직접 명령어를 입력해 감정을 표현하고 게임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이나 680X480 해상도에 256컬러의 ‘소박한’ 그래픽 환경 등 옛 모습 그대로다. 1996년 당시 ‘꿈돌파왕’이라는 캐릭터로 유명했던 김경률(35·게임 개발자)씨는 “더벅머리 모양을 한 옛날 내 캐릭터로 다시 접속해봤다”며 “게임 속 다른 캐릭터와 채팅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했던 96년 그날이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 등 전화기 모뎀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던 PC통신 시절이라, 바람의 나라에 빠진 아들딸 때문에 전화요금이 10만~20만원씩 치솟은 집들이 부지기수였다. PC통신 세대들에게 바람의나라1996은 ‘응답하라 1996’이었다.



 엔씨소프트도 11년째 서비스 중인 리니지2의 2004년 환경을 재현한 ‘리니지2 클래식 서버’를 지난 5월 말 오픈했다. 당시 리니지2는 게임 유저들끼리 뭉친 혈맹들 간 전쟁(바츠해방전쟁)이 무려 4년간 이어지는 등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다시 쓴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엔씨소프트 경광호 팀장은 “몇 년 전부터 ‘전성기의 때의 리니지2가 그립다’는 의견이 많아 복원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5월 말 첫 번째 클래식 서버가 열리자마자 리니지2의 ‘용사들’이 몰려 들었다. 이 중 40%가 최근 몇 년간 리니지2에서 멀어졌던 휴면 계정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원 프로젝트가 떠나간 팬심도 되돌려 놓은 셈이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이인화(본명 류철균)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7080세대가 통키타, 생맥주, 영화 고래사냥으로 청춘을 추억한다면 90~200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는 초창기 온라인게임과 싸이월드가 있다”며 “이제는 단순한 IT 상품이 아닌, 사회·문화상을 반영하는 디지털 콘텐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이 온라인에 남기는 디지털 흔적이 늘면서 이 같은 ‘되새김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입소문을 타고 번지고 있는 페이스북 게시글 검색 앱 큐서치(Qsearch)도 ‘나의 디지털 흔적 찾기’에 유용하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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