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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모둠초밥 먹는 순서 보면 성격 보인다네요

중앙일보 2014.07.26 01:24 종합 23면 지면보기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정재승·정용·김대수 지음

사이언스북스

352쪽, 2만원




갖가지 초콜릿이 담긴 선물상자를 열면 무엇부터 먹느냐 하는 고민이 시작된다. KAIST의 정재승 교수는 이 평범한 소재를 과학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전공인 신경과학의 주요 테마 중 하나가 인간이 어떤 사고와 판단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7개의 초밥이 담긴 접시에서 어떤 것부터 먹는지를 바탕으로 성격을 추론했다. 맛있는 것부터 먹는 사람과 맛없는 것부터 고르는 사람 등 2가지 패턴이 드러났다. 이러한 선호에는 교육·재산·수입 등 사회적 요소는 관련이 없었으며 다만 형제가 많을수록 맛있는 것부터 먹는 경향이 있었다. 어려서 형제끼리 부대끼며 살았던 사람은 맛있는 걸 아껴두면 남이 날름 먹어버린다는 걸 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같은 이유로 둘째나 셋째로 내려갈수록 맛있는 걸 먼저 챙기며 맏이는 비교적 느긋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경제학에선 인간이 최대 효용을 얻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신경과학 실험 결과는 당장 얻는 효용을 넘어 미래에 누릴 것에 대한 기대감도 의사결정에 상당히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신경과학을 통해 인간을 분석하면 이처럼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이러한 결정은 뇌에서 이뤄진다. 평균 1.4kg의 작은 뇌는 인체는 물론 인간 삶의 수뇌부(首腦部)에 해당한다. 이 책은 뇌에 대한 기초과학 연구를 소개한다. KAIST 교수 세 명의 특강 내용을 담았다. 신경과 전문의 출신으로 뇌질환을 다루는 정용, 행동유전학을 파고드는 김대수, 그리고 정재승 교수가 각각 서로 다른 방향에서 뇌를 바라본다.



 이들이 소개하는 뇌과학은 흥미롭다. 실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내용도 수두룩하다. 예로 ‘귀차니즘’이 왜 생기는지도 설명할 수 있다. 뇌의 무게는 인간 체중의 2%밖에 되지 않지만 섭취하는 에너지의 20%를 혼자서 사용한다. 에어컨 같은 ‘과부하’ 기관이니만큼 에너지 절약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순간 에너지를 들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대신 과거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하던 일을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세상의 개혁이 쉽지 않은 신경과학적인 이유다.



 경영학 응용도 가능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의 신경과학자 로버트 버튼은 혁신적인 리더가 어떻게 성공하는지를 연구했다. 성공한 리더는 의사결정을 할 때 좋은 선택을 위해 정보를 최대한 수집한다. 의사결정의 순간에는 70%의 확신만 있어도 결단한다. 다만, 추가 정보가 들어와 그 결정이 잘못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면 즉시 결정을 바꾼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연한 사고를 하는 것이다. 반면 보통 사람은 신중하게 결정하기 위해 100% 확신이 들 때까지 결정을 미룬다. 대신 한번 결정하면 절대 바꾸지 않는다.



 김대수 교수는 생태계에서 동물의 교미 확률은 생존 확률과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컷의 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과 암컷에 대한 소유욕, 교미반응은 증가시키지만 면역력은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수많은 후궁을 뒀던 조선 임금의 평균 수명은 47세인 반면 환관은 70세였다는 사실을 잘 새겨야겠다. 욕정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자연에선 허다하다. 이성을 꾈 때 내는 불빛과 비슷한 빛으로 벌레를 꾀어 잡아먹는 생물도 있다. 이성에 대한 갈망은 때로 판단력을 잃게 하고 망신을 초래하며 목숨을 대가로 치르게 한다. 호주에선 맥주병이나 노란 도로 표지판을 이성으로 착각해 교미를 시도한 엽기적인 딱정벌레가 발견됐다고 한다. 정신 못 차리는 수컷이 많기는 곤충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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