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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BOX] 납치된 대주교는 왜 펭귄을 그렸나

중앙일보 2014.07.26 01:16 종합 24면 지면보기
영국의 펭귄출판사가 좋은 책을 만드는 회사로 각인된 데는 감동적인 사연이 있다. 1987년 영국 성공회 대주교 테리 웨이트가 레바논에서 시아파 무슬림 단체에 납치당한다. 몇 달을 갇혀 지낸 어느 날, 그와 친해진 감시요원이 책을 한 권 구해주겠다며 호의를 베풀었다. 모국어로 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였지만 주교는 망설였다. 감시요원들과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한 책을 요청한다 해도 그 책을 찾아서 가져다 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민 끝에 책 귀퉁이에 새가 그려진 책을 부탁하며 검은색과 흰색으로 된 새, 펭귄을 그려주었다. 펭귄출판사의 심벌 마크였다. 웨이트 주교는 91년에야 풀려났는데 그 기간 동안 감시요원이 가져다주는 펭귄 책을 읽으며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그는 말했다. “펭귄출판사에서 출간한 거라면 어떤 책이든 상관없이 읽을 만하리라 생각했다.” 테리 웨이트의 이 지적이며 극적인 에피소드는 출판사의 귀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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