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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남자의 찬란한 꿈, 불멸

중앙일보 2014.07.26 00:37 종합 28면 지면보기
김형경
소설가
찰리 채플린, 피카소, 파블로 카잘스. 이들의 공통점은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예술가라는 점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노년에 이르러 젊은 여자와 결혼했으며, 그 나이까지 예술가로서의 삶에 현장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능하다면 모든 남자들이 살아보고 싶어할 특급 삶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기원전 42년, 62세의 키케로는 수필 ‘노년에 관하여’에서 노인이 왜 불행하게 보이는가에 대한 네 가지 이유를 거론한다. 일을 할 수 없다는 것, 몸이 약해진다는 것, 거의 모든 쾌락을 빼앗긴다는 것, 죽음으로부터 멀지 않다는 것. 그는 이 항목들을 하나씩 격파하면서 노년에도 삶을 즐길 수 있다고 피력한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 이론을 만들면서 인간을 설명하는 두 가지 용어를 제안했다. 에로스와 타나토스, 자기보존 본능과 자기파괴 본능이다. 프로이트가 이상하게 여겨 관심을 가졌던 쪽은 자기파괴 본능이었다. 목숨을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는 모든 생명체의 기본 본능인데 왜 인간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유일한 종족인가.



 남성이 주도하는 과학과 학문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문제를 연구해왔다. 현대 사회에서는 키케로가 언급한 노인의 조건들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멸에 대한 남자들의 욕구는 삶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술자리에서 “구구팔팔!”하며 건배하거나, 죽을 때까지 자식에게 재산을 나누어주지 않거나, 노년에 젊은 여자와 결혼해 또 자식을 낳은 일 등등. 아버지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려보다는 더 많은 유전자를 세상에 남겨 불멸을 이루고자 하는 욕구가 앞선다. 무엇보다 남자들은 사회적 성취를 통해 역사에 이름을 남김으로써 불멸을 이루고자 한다. 그들은 호랑이조차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싶어했다고 믿는다.



 상대적으로 여자는 남자보다 불멸에의 욕구가 적은 듯 보인다. 노년에 이르러 젊은 남자와 결혼하는 여성이 드문 이유는 사회적 권력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한탄조라도 “늙으면 죽어야지…”라 하는 사람도, 평생 어렵게 모은 재산을 선뜻 사회에 기부하는 사람도 대체로 여성 노인들이다. 남성 노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권력과 재산을 그러쥐고 있으려 한다. 특별히 어리석거나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다. 불멸에의 욕구에 함몰된 상태로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30년 혹은 40년 후에 죽는다는 자명한 사실을 염두에 두면 삶이 투명해진다. 젊음을 시기하지 않아야 좋은 어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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