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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소설 대한민국

중앙일보 2014.07.26 00:23 종합 31면 지면보기
‘언솔브드 미스터리(Unsolved Mystery)’란 미국 TV 프로그램이 있다. 살인·유괴 등 강력 미제 사건을 다뤄 크게 히트했다. 미제 사건이라는 소재 자체가 강한 극성으로 호기심을 자아냈다. 1987년 미국 NBC에서 시작해 CBS 등 채널을 바꿔가며 최근까지 방송된 장수 프로다.



 국내 3대 미제 사건으로 꼽히는 화성 연쇄살인사건, 이형호군 유괴사건,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사건도 전부 영화화됐다. ‘살인의 추억’ ‘그 놈 목소리’ ‘아이들’이다. 심지어 시사 프로인 SBS ‘그것이 알고 싶다’도 최근 미제 사건에 집중하면서 시사·교양 프로의 스토리텔링 바람을 일으켰다. 해외도 비슷하다. 영구 미제로 남은 전설적인 연쇄살인범 조디악(미국), 잭 더 리퍼(영국)의 이야기가 영화·소설·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졌다.



 ‘언솔브드 미스터리’는 종종 초자연적이거나 신비한 현상도 다뤘다. 주 메뉴 중 하나가 UFO인데, 이에 대해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이 입을 열었다. 자료 공개를 통해 50년대 잇따른 UFO 목격담이 사실은 소련의 방공망을 피하기 위해 최고 2만7430m 상공에서 정찰 활동을 편 U-2기를 착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냉전시대 보안상의 이유로 당시 이를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처럼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미제 사건들은 유언비어를 양산하는 텃밭이 되기도 한다. 사안의 중요성과 모호함이 크고 동시에 정보가 통제된다는 사회적 불신이 클 때 더욱 심해지는 것이 유언비어다.



 또 하나의 거대한 미제 사건이 탄생할 조짐이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즈음해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이 시신으로 발견되더니, 국과수는 사인을 밝혀낼 수 없다고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상당 부분 묻고 사태 해결의 주요 실마리를 쥔 핵심 당사자가 돌연 증발해버린 셈이다. 그간 쏟아진 각종 의혹과 미스터리에 정점을 찍었다. 앞으로 더 많은 유언비어와 음모론이 출몰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모두가 소설을 쓰고,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치 않고서는 도대체 납득도 설명도 안 되는 기이한 현실을 살고 있다.



 소설가 이인화는 “아마도 지금 이 시대를 소재로 엄청나게 많은 누아르 영화와 하드보일드 소설이 창작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이런 식의 소설적 영감은 당연히 노생큐일 것이다. “열심히 소설을 써보고 싶은 작가로서 현실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물론) 한평생 이런 고마움은 느끼고 싶지 않았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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