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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마지막까지 웃음 주고 떠났네

중앙일보 2014.07.26 00:16 종합 20면 지면보기










결혼 행진 세리머니, 거스 히딩크(68) 감독과 포옹, ‘위숭빠레’ 응원가까지.



 ‘영원한 캡틴’의 고별 무대는 유쾌했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박지성’과 ‘팀 K리그’의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은 지난 5월 현역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33)이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마지막 공식 경기였다. 폭우 속에서도 한국 축구의 별들과 5만113명의 팬들(역대 올스타전 최대관중 5위)이 축복해줬다.



 주장 완장을 차고 등장한 박지성은 등번호 7번을 달고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팀 박지성’은 전반 8분 선제골 후 ‘결혼 행진 세리머니’를 펼쳤다. 27일 김민지(29) 전 SBS 아나운서와 백년가약을 맺는 박지성을 위한 세리머니였다. 박지성은 신부 대역을 맡은 김병지(44·전남)와 함께 도열한 선수들의 박수를 받으며 웨딩 마치 예행 연습을 했다.



 박지성은 3-0으로 앞선 전반 27분 억울하게 페널티킥을 내줬다. 전반 주심을 맡은 하석주(46) 전남 감독이 엉뚱하게도 파울을 하지 않은 박지성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백태클로 퇴장당한 하 감독은 레드카드를 잘못 꺼냈다가 옐로카드로 급히 바꿔 폭소를 자아냈다.



 전반 30분 교체 아웃된 박지성은 하프타임에 펼쳐진 릴레이에서 꼴찌를 했지만 큰 박수를 받았고, 후반 12분 그라운드에 재투입됐다. 관중들은 에인트호번(네덜란드) 시절 박지성 응원가인 ‘위숭빠레송’을 불렀다. ‘위숭빠레’는 박지성의 영문 이름을 네덜란드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힘을 낸 박지성은 후반 18분 4-4 동점골을 터트렸다.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흰 수건으로 머리를 가린 뒤 진한 포옹을 나눴다. 2002년 월드컵과 2012년 올스타전에서 두 사람이 선보인 포옹 세리머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팀 박지성’은 후반 26분 추가골 후 박지성을 위해 세 차례 헹가래를 쳐줬다. 그 순간 이승기의 ‘결혼해줄래’ 노래가 흘러나와 박지성의 결혼과 제2의 인생 시작을 축하했다.



 ‘팀 박지성’ 골키퍼 김병지는 빛나는 조연이었다. 김병지는 킥오프 전 “2001년 히딩크 감독님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는데, 한 번 더 깜짝 놀라게 하겠다”며 ‘드리블 퍼포먼스’를 예고했다. 김병지는 2001년 파라과이전에 하프라인까지 공을 몰고 나갔다가 뺏겨 골을 내줄 뻔했다. 당시 대표팀 히딩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병지를 이운재(41)로 교체했고, 결국 김병지는 2002년 월드컵에서 벤치만 달궜다. 김병지는 전반 25분 선방 후 히딩크 감독이 앉아 있는 벤치를 향해 저돌적으로 드리블을 했지만 하프라인도 못 가 볼을 뺏겼다. 경기는 6-6 무승부로 끝났고, 박지성이 경기 MVP로 선정됐다.



 한편, 박지성은 이날 오후 정몽준(63)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등과 오찬에서 브라질 월드컵 실패 이후 침체에 빠진 한국 축구를 살리기 위한 키워드로 ‘기다림’을 꼽았다. 박지성은 “새 감독이 오더라도 자신만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보장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며 “누가 오더라도 몇 달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팬들도 그 기간을 참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히딩크 감독도 “한국 축구와 세계 축구 간의 수준 차를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지나친 기대는 이성과는 거리가 멀고, 그 뒤에는 실망과 비난이 따른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사진설명

현역 마지막 경기를 치른 박지성(가운데)을 위해 K리그 올스타전을 함께 한 동료 선수들이 웨딩마치 세리머니로 격려했다.



은사’ 거스 히딩크 감독은 득점 직후 달려온 ?애제자? 박지성과 하얀 수건을 함께 덮고 포옹하는 ‘면사포 세리머니’로 감동을 안겼다.



인간 문어’ 이영표 KBS 해설위원(맨 왼쪽)은 하프타임 릴레이에서 현역 선수 못지 않은 스피드를 뽐냈다.



‘팀 K리그’ 공격수 임상협(왼쪽)은 득점 뒤 선배 이동국의 팔을 깨무는 ‘수아레스 세리머니’로 팬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양광삼 기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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