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캉스를 위해 약 한 달 정도 휴가를 가는 유럽권과 달리 한국의 직장인들에게는 보통 일주일 내외의 시간만이 허용된다. 이때가 한 해 중 가장 긴 기간을 쉴 수 있는 기회다 보니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해외여행을 가거나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하는데 모든 시간을 할애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한국의 직장인들은 휴가의 시작부터 끝까지 하루도 헛되이 보낼 수 없고, ‘놀 때 놀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어쩌면 일상보다 더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하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런 바캉스 후유증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여유로운 휴가를 위해 실질적인 휴가 일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 최근 한 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연간 유급휴가 일수는 평균 10일이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건 7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정도 휴가를 쓰는 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휴가일수 확대와 함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 쉬기 위한 기술’, 즉 나만의 ‘휴(休)테크’를 개발해 질적인 개선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는 여름휴가와 같은 특정 기간 뿐만 아니라 퇴근 후 여가시간부터 활용하고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은 일상 속 여가활동으로 TV시청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이어서 낮잠·컴퓨터 게임 등 활동적이지 않은 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일하느라 지친 몸을 휴식을 통해 쉬게 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비활동적인 여가가 오히려 몸을 더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일과 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아 여가시간을 보낸다면 혼자 방 안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다양한 정보와 시각을 접할 수 있다. 일례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40세 이하 ‘톱10’ CEO 중 한 명인 스펜서 라스코프 익시피디아 부회장은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자전거·축구·체스 등의 활동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가족들과 여가를 보내다 보면 나 자신과 회사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하게 되고, 중요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활동적 여가가 개인과 가족에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업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여가는 경제에도 긍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휴가를 하루 더 갈 때마다 관광 지출액은 1조3000억원이 늘어나고 1조kcal 이상의 에너지 절감효과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수치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가 오른다는 점이다. 여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새로운 분야에 대한 통찰력은 자기계발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것이 일상에서 업무효율을 높이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면 그 어떤 경제효과보다 훌륭한 국가적 소득이 될 수 있다.
올해는 한국 정부가 여름휴가를 장려하고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름휴가 가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여가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시작되는 걸 보니 한국 직장인들도 여름휴가의 강박과 바캉스 후유증에서 벗어나 즐거운 여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은 것도 같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