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너 공백 1년 … CJ, 9000억 투자 줄줄이 무산 위기

중앙일보 2014.07.25 01:06 경제 3면 지면보기
이재현(54) 회장 구속 1년만에 CJ그룹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5년 이상 공을 들인 수천억원대 대형개발사업이 줄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최근 한 달 새 포기하거나 크게 변경한 사업만 3건이다. 사업규모는 총 9000억원에 이른다.


수도권 택배터미널 무기 연기
골프장·영상테마파크도 포기
CJ "대규모 투자 결정 힘들어"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CJ가 올해 경기도 광주시에서 착공 예정이었던 수도권택배허브터미널 사업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최근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공사비만 1500억원, 총 3000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다. 1000명이 넘는 인력이 하루 130만 상자를 처리하는 최첨단 물류센터를 설립해 ‘수도권 하루 2번 배송’을 실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CJ관계자는 “택배사업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무기한 계획이 연기됐다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23일에는 2007년부터 추진하던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사업 중 골프장 건설을 포기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오션파크는 인천 옹진군의 섬인 굴업도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대규모다. CJ는 “환경파괴 우려가 있는 골프장 대신 환경친화적인 대안시설을 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골프장도 없는 섬에 관광객을 얼마나 모을 수 있겠느냐”며 관광단지 개발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판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관심을 모았던 동부산관광단지 영상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협약을 5년만에 전격적으로 해지했다. CJ E&M 등 문화 컨텐트에 강한 기업의 장점을 살릴 것으로 한껏 기대를 받았던 사업도 포기한 것이다. 테마파크 사업을 총괄하는 부산도시공사는 이달 16일 새 사업자 모집에 나섰다.



 CJ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오랫동안 공을 들이던 대형개발사업에서 왜 물러나는 것일까. 표면적으로 택배허브터미널 사업은 택배 수익성 저하로 인한 투자 재원 부족, 오션파크 골프장은 환경단체의 반대, 영상테마파크는 아웃렛 사업추진 무산으로 인한 재원 부족이 원인이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쉽게 돈을 투자할 수 없고,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CJ의 속앓이가 있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CJ쪽이 테마파크 사업에 매우 적극적이었다”며 “자사의 문화 콘텐트를 활용해 놀랄만큼 구체적인 개발계획도 들고 왔었다”고 말했다. 영화 ‘해운대’를 재현해 벽면 가득한 아이맥스 스크린에서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공중에 매달린 객석이 흔들리는 300억원대 ‘날아다니는 영화관’, 영화 ‘설국열차’를 재현해 입체화면 사이를 이동하면서 차가운 바람을 맞고 얼굴에 물방울이 튀는 4차원 놀이기구 열차시설 등이다.



 익명을 요청한 CJ관계자는 “오너(이재현 회장)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도 대규모 투자를 과감하게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재원이 부족한 것”이라며 “택배터미널도 향후 택배사업을 생각하면 지금 수익성이 나쁘더라도 추진해야 하지만 오너 말고 누가 그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굴업도 골프장을 포기한 것도 현재 이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CJ가 환경단체 등의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추진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선고는 9월 초 예정이다.



구희령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